판례 해설책임 제한

기왕증과 겹친 후유증의 배상 범위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후유증이 사고와 원래 있던 병(기왕증)이 겹쳐 나타났다면, 배상은 사고가 그 결과에 기여한 정도에 맞춘다는 점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이 판결은 그렇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기왕증을 책임을 줄이는 사정으로만 셈하지 말고, 기여한 정도와 후유증이 나아질 가능성을 심리하라고 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2. 4. 26.
사건
2000다16237 · 민사
결론
의사와 병원 경영자(피고들)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왼쪽 고관절이 심하게 변형돼 있던 환자가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받은 뒤, 감염으로 넣었던 인공관절을 빼게 된 사건입니다. 환자와 자녀들이 수술한 의사와 그 병원을 경영한 사람을 상대로 배상을 구했습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차례로 옮겨 봅니다.

  • 수술 전 왼쪽 고관절은 대퇴골두와 비구가 모두 심하게 변형돼 있었고, 골반 왼쪽과 넙다리뼈(대퇴골)가 자라지 않아서 운동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 수술 중 인공관절이 안정한지 시험하다 빠짐(탈구)이 있어 각도를 바꿔 다시 넣었는데, 이때 넙다리뼈 몸통 부분이 부러져 의사는 철사와 나사로 고정한 뒤 수술을 마쳤습니다.
  • 그런데 부러진 뼈 때문에 다리를 고정해야 해서 관절운동을 일찍 시작하지 못했고, 그 탓에 관절이 굳고 근육이 줄어 회복이 늦어진 것입니다.
  • 수술 다음 날부터 통증을 호소했고 열이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 달 되풀이했는데, 의료진은 그동안 방사선 촬영과 혈액검사를 거듭했습니다.
  • 수술 아홉 달쯤 뒤 수술 부위에서 고름이 나오자 인공관절 감염을 의심하고 상처를 처치했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만성 화농성 골관절염으로 밝혀져, 인공관절을 빼는 수술을 받기에 이릅니다.
  • 그 뒤 원래 장애에 더해, 고관절이 가관절 상태가 되고 넙다리뼈가 짧아지는 장애가 남았습니다.

이처럼 원심은 세 가지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무리한 시술로 골절이 생기게 한 것, 감염을 막는 조치를 소홀히 해 세균이 들어가게 한 것, 통증과 열이 이어지는데도 원인 확인과 치료를 소홀히 한 것입니다.

한편 배상 범위에서는 환자가 수술 전에 이미 노동능력을 상당 부분 잃은 상태였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 이 수술이 관절유합술보다 어렵고 인공관절을 다시 넣어야 할 수도 있는데 환자가 골라 받았다는 점도 함께 본 것입니다.

그래서 수술 전 몸 상태와 기왕증,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성을 책임을 줄이는 사정으로 삼아 의사 쪽 책임을 일부로 제한했습니다. 노동능력을 잃은 정도는 신체감정 결과대로 정했고, 이에 의사와 병원 경영자가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과실 판단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판결요지 [1] · 이유 1

먼저 생명과 건강을 맡는 의사에게는 위험을 막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즉 환자 상태를 충분히 살피고, 진료 당시 의학 지식으로 치료 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모두 헤아려 치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 임상의학의 실천에서 나오는 의료수준입니다. 다만 그 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보고, 그 의사나 의료기관이 놓인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이 세 가지 과실을 인정하고 그 과실들과 노동능력 상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은 수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의사 쪽이 다툰 채증법칙 위반과 심리미진, 방어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원래 병과 겹친 후유증은 기여한 만큼 판결요지 [2] [3] · 이유 2 나

하지만 대법원은 배상 범위에 관한 원심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면서, 손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견지에서 이렇게 보았습니다. 사고로 생긴 후유증이 사고와 기왕증이 겹쳐 나타난 것이라면, 사고가 그 결과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배상액을 부담하게 합니다.

실제로 원심이 인정한 사실로도, 이 환자의 후유증은 사고와 기왕증이 겹쳐 나타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신체감정을 한 병원은 수술 전 상태를 알 수 없어 기왕증의 정확한 기여율을 알 수 없다고 회신했는데, 수술 전에 찍은 엑스선 사진 등이 기록에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감정 병원에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기여한 정도를 심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니 기왕증을 책임을 줄이는 사정으로만 참작할 것이 아니라, 기여한 정도를 더 심리해 확정한 뒤 그에 따라 배상 범위를 정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후유증이 나아질 가능성도 심리할 거리였습니다 판결요지 [3] · 이유 2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로도, 후유증의 주된 원인은 인공관절을 빼서 고관절이 가관절 상태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감염(골수염)을 완전히 치료한 다음 인공관절을 다시 삽입하는 수술을 하면 주된 후유증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 수술을 할 수 있는지, 하면 후유증이 나아질 수 있는지를 더 심리해 확정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사 쪽이 이런 주장을 했는데도, 원심은 두 가지를 전혀 심리하지 않고 신체감정 결과에만 기대 노동능력을 잃은 정도를 정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기왕증이 있을 때 손해를 나누는 법리와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는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원심판결 전부를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다만 기왕증이 후유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수술 전 엑스선 사진 등으로 심리할 수 있다는 데까지입니다.
  • 인공관절을 다시 삽입하는 수술로 후유증이 나아질 수 있는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여지가 있으니 심리하라고 한 것입니다.
  • 또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성 같은 다른 책임 제한 사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짚은 것은 기왕증을 책임 제한 사정으로만 참작한 점입니다.
  • 원심판결 전부를 깼지만, 세 가지 과실과 인과관계에 관한 원심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곧 기왕증은 책임을 줄이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로 뭉뚱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후유증에 얼마나 보탰는지를 가려 배상 범위에 반영하라는 것입니다. 남은 후유증을 고칠 길이 있는지도 같은 자리에서 물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특히 수술 전부터 고관절이 심하게 변형돼 있었다는 사정이 배상 범위를 다시 심리하게 한 출발점이었고, 수술 전 엑스선 사진은 기여한 정도를 가릴 자료로 꼽혔습니다.

또한 기여도와 나아질 가능성은 의사 쪽이 원심에서 주장한 것이었고, 대법원은 그 주장을 심리하지 않은 것을 잘못으로 보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과실이 인정돼도, 원래 있던 병과 겹친 후유증은 사고가 기여한 정도에 맞춰 배상한다는 것이 판결의 잣대였습니다.

감정 회신에 기여율을 알 수 없다고 했어도, 수술 전 영상이 있으면 그것으로 다시 심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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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23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