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23. 7. 13.
- 사건
- 2020다217533 · 민사
- 결론
- 원심판결을 깨고 대전고등법원에 환송
무엇을 다퉜나
환자와 가족이 손해배상을 물은 상대는 처음 진료한 응급실의 병원입니다.
환자가 허리 통증 때문에 응급실에 오자, 정형외과 전공의가 요추 MRI를 찍고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왼쪽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했습니다.
전공의의 설명은, 이어지는 휴일이라 담당 교수의 회진이 없고 입원해도 수술 없이 증상을 다스리는 치료를 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환자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했다가 나빠지면 다시 오겠다고 했고, 전공의는 그 정형외과로 옮기도록 조치했습니다.
전원 의뢰서의 진료 소견은 협착증과 탈출증으로 진단돼 보존적 치료를 받으려고 옮긴다는 내용입니다. 한편 요추 MRI 판독 결과에는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과 중등도 이상의 척수 압박이 적혀 있었습니다.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 마비가 나타난 것은 옮겨 간 병원에 입원하고 이틀 뒤입니다. 환자는 그 뒤 다시 피고 병원 응급실로 와서 혈종을 없애는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가 마비돼 서 있거나 걷지 못하게 됐습니다.
1심과 원심 모두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심이 내세운 까닭은 셋입니다.
- 혈종 같은 출혈이 보였더라도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를 택해 옮긴 결정은, 의사가 진료 방법을 고를 때 허용되는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
- 옮길 때 통상의 업무 처리대로 MRI 결과 같은 의료정보를 넘겼을 것이고, 빨리 수술받지 못한 것이 출혈을 알리지 않은 탓이라고 볼 수 없다.
- 가벼운 신경 증상만 있어 보존적 치료를 했을 뿐이라 설명의무는 문제 되지 않는다.
환자 쪽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진단의 잣대 판결요지 [1] · 이유 3 가
대법원은 99다48221 · 2002다3822 판결의 법리를 끌어와 진단 과실을 재는 잣대를 확인했습니다. 진단은 그 결과로 치료법이 정해지는 의료행위입니다. 그래서 흠 없는 진단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그때 임상 현장에서 행해지던 진단 수준을 기준으로 나쁜 결과를 미리 보고 막을 만큼 신중히 살폈는지를 본다는 것입니다.
혈종이 영상에 나타났다면 이유 3 나 (1)
이 환자의 요추 MRI에는 협착증 · 탈출증과 함께 흉추와 요추에 걸친 상당한 양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1심의 신체감정에서도 혈종이 척수를 누른 것이 확인됐고, 그때의 허리 통증 같은 증상도 이 압박에서 오고 있었다는 결과입니다.
특히 대법원이 짚은 것은, 척추 경막외 혈종이 신경 증상이 생긴 뒤 12시간 안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같은 영구적인 합병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상당한 혈종이 영상에 보이고 관련 증상이 있다면, 정확히 진단해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상당한 혈종이 있는데도 당장 무거운 신경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고르더라도, 악화를 막는 조치와 세밀한 경과관찰은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상태를 안정시키고 먹던 약을 확인해 출혈을 부를 수 있는 약을 끊게 하며, 신경 이상이 나타나면 곧 수술 여부를 정할 수 있게 지켜보는 일입니다.
혈종을 진단했는지 이유 3 나 (2)
대법원은 전공의가 영상의학과 판독을 거치지 않고 MRI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상당한 양의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 환자가 MRI 검사 뒤 응급실에 머문 시간은 약 4시간이었고, 그사이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했다고 볼 사정이 없었다.
- 응급실 진료기록과 전원 의뢰서에 적힌 진단명은 협착증과 탈출증뿐이었고, 혈종에 관한 진단은 빠져 있었다.
- 환자를 받은 병원의 진료기록에도 혈종에 관한 기재가 없었다.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맞는 검사와 치료를 다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혈종을 알고 고른 보존적 치료와, 모르고 고른 보존적 치료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혈을 막으려면 혈액응고 검사로 수치를 보고 출혈 경향이 있는 약을 먹고 있다면 끊게 하며, 필요하면 비타민 K나 신선동결혈장을 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런 검사와 치료를 했는지 드러난 사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진단하고도 옮겼다면 이유 3 나 (3)
혈종을 진단하고도 보존적 치료를 골라 옮긴 것이라면, 뒤에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어 세밀한 관찰과 빠른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판단입니다.
또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혈종 때문에 지금 어떤 상태인지, 혈종이 커지면 어떤 합병증이 올 수 있고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알려, 상황을 바로 알고 경과를 눈여겨보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판결은 전공의가 받는 병원 의료진에게도,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이런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마비와 이어지는지 이유 3 나 (4) · 다 · 라 · 4
환자는 옮겨 간 병원에서 통증 조절 치료만 받다가 하반신 마비가 나빠진 뒤에야 다시 왔습니다. 그때 마미증후군이 의심됐고 출혈은 흉추 9번부터 12번까지 넓어져 있었으며, 수술 때 출혈성 약물로 인한 많은 출혈도 있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혈종을 진단해 옮기지 않고 입원시켜 지켜보았거나 옮기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주고 설명했다면, 신경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수술해 지금 같은 무거운 결과를 막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원심이 심리할 것을 다섯으로 들었습니다.
- 전공의가 그 MRI만으로 혈종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지.
-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 환자 상태에 비추어 고른 보존적 치료가 적절했는지.
- 옮길 때 받는 병원의 의료진,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혈종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넘기거나 설명했는지.
- 그러지 못했다면 그 일이 하지마비에 미친 영향이 있는지.
그런데 원심은 이 물음들을 건너뛰고, 전공의가 택한 치료 방법에서 주의의무 위반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결론은 주의의무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거르는 바람에 나온 것이라고 보아,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대전고등법원으로 되돌렸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전공의의 과실 여부는 이 판결이 결론 내지 않은 대목입니다. 혈종을 알아볼 수 있었는지에서 마비와의 연결까지, 다섯 물음은 환송받은 원심의 몫입니다.
- 응급수술이 꼭 필요했다고 정한 것도 아닙니다. 혈종을 진단하고도 보존적 치료를 고를 수 있었던 경우를 열어 두고, 그때 필요한 조치를 물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같은 보존적 치료라도, 영상에 드러난 혈종을 알고 고른 것인지 모르고 고른 것인지가 대법원이 물은 첫 갈래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혈종을 진단하고도 응급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를 고르는 경우를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선택 뒤에 어떤 관찰과 약 확인이 따랐는지를 함께 물었습니다.
또 혈종을 진단했는지를 가리는 데 쓰인 것은 응급실 기록과 전원 의뢰서에 적힌 진단명입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이 이 판결로 배상을 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즉 다섯 물음의 답이 이 판결에는 없다는 뜻입니다.
옮길 때 환자나 보호자가 혈종과 그 위험에 대해 무엇을 들었는지도, 대법원이 원심에 다시 보라고 한 물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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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