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혈액 준비 의무와 자궁적출 시점의 형사 과실, 제왕절개 뒤 침투태반 출혈로 숨진 산모에게 대법원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유지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산모가 태반이 자궁 근육까지 파고든 침투태반 탓에 출혈이 멎지 않아 닷새 뒤 숨을 거둔 사건에서, 개업 의원의 형사 과실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대법원은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과 자궁적출 전에 보존적 지혈부터 시도한 것을 의사의 업무상 잘못으로 보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7. 4. 8.
사건
96도3082 · 형사
결론
상고기각(검사 상고 · 의료인 측이 이김)

무엇을 다퉜나

피고인은 산부인과 의원을 연 전문의였습니다. 1994년 4월 아침 제왕절개로 아기를 받고 태반을 떼어 냈는데, 침투태반으로 자궁이 수축하지 않아 많은 피가 나게 됩니다.

  • 자궁수축제를 주사하고 자궁을 마사지하며 지혈을 기다렸지만 멎지 않자, 분만 26분쯤 뒤 간호조무사를 혈액원에 보내 피를 구하게 했습니다.
  • 그사이 수혈 대용 수액을 넣으며 자궁경부를 남기고 자궁을 들어냈고, 수술은 오전 11시 50분쯤 끝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출혈은 2,500~3,000cc쯤입니다.
  • 그 뒤 정오쯤 혈액이 오자 수혈하며 대기시킨 구급차로 다른 병원에 옮겼습니다. 그곳에서도 출혈이 2,000cc쯤 이어져 추가 수술을 했지만, 산모는 닷새 뒤 산후 과다출혈 쇼크와 성인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숨졌습니다.

원심은 혈액을 미리 준비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출혈 처치도 의원의 시설과 당시의 일반적인 진료 방법에 따른 것이라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에 검사가 상고한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미리 혈액을 준비할 의무 판시사항 [1] · 이유 2

먼저 그 지역 혈액원은 열두 곳이었고, 혈액원을 연 산부인과 의원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원들은 필요할 때 근처 혈액원에서 피를 구해 썼고, 제왕절개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10 이하일 때만 미리 준비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이 산모의 수치는 10.2입니다. 침투태반은 그 무렵 미리 검사해도 찾을 수 없었고, 평균 7,000번 분만에 한 번꼴로 생긴다는 것이 원심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쓰지 않은 혈액은 혈액원에 돌려줄 수도 다른 산모에게 쓸 수도 없어 버려야 하고, 헌혈이 모자라던 때 매 분만마다 준비하면 혈액 부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사정을 더했습니다.

대법원은 수혈을 예상할 특별한 사정이 없던 제왕절개에서, 산후 과다출혈에 대비해 수술 전 혈액을 미리 마련해 둘 업무상 주의의무까지 산부인과 개업의에게 묻기는 힘들다고 했습니다.

보존적 지혈을 먼저 한 것 판시사항 [2] · 이유 3

반면 검사는 침투태반 출혈은 수축제나 마사지로 멎지 않으니 곧바로 자궁을 들어냈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산과학 서적과 옮긴 병원 산부인과 과장의 진술도 그렇게 읽히는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침투태반도 부위와 붙은 태반엽 수에 따라 정도가 다르고 출혈량도 다르며, 자궁이 정상으로 수축해 피가 멎는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조직검사까지 해야 확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개업 산부인과 전문의라면 먼저 보존적 요법으로 지혈을 기대하며 지켜보고, 멎지 않겠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지체 없이 자궁적출술을 해야 하고, 처음부터 적출할 주의의무까지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게다가 이 산모에게는 자궁이완증도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

분만 약 16분 뒤 의사가 보호자에게 자궁적출 동의를 구한 일도, 그 무렵 이미 적출을 판단하고 단계를 밟아 가던 정황으로 대법원은 읽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이 판결은 수혈이 필요하리라 예상할 사정이 보이지 않던 이 제왕절개를 놓고 혈액 준비 의무를 판단했습니다.
  • 같은 일을 민사 재판에서 어떻게 볼지는 이 형사 판결이 다루지 않은 대목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수혈 준비와 적출 시점, 두 결정 모두 대법원은 사고 뒤의 눈이 아니라 그때 개업 의원이 놓인 여건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혈액 수급, 의원들의 관행, 침투태반의 드묾이 한자리에 놓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헌혈이 모자라던 1994년 무렵 개업 의원이 수혈 필요를 예상할 사정이 없는 제왕절개에서 혈액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밖에 두었습니다.

판결은 침투태반 출혈에도 자궁수축제와 마사지로 먼저 지혈을 기대하고, 안 되겠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적출하는 차례를 당시 개업 전문의들의 일반적인 진료 방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산과 서적과 진술이 즉시 적출을 말하는 듯해도, 침투태반의 정도 차이와 확진의 어려움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판결에서 형사 과실은 검사가 낸 주장과 증거가 그때의 일반적인 진료 방법을 벗어났음을 보이는지로 따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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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7. 4. 8. 선고 96도308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