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진단

위염으로 치료받던 환자의 진행성 위암, 법원은 추가 검사나 전원을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정하고 위자료만 인정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진단이 늦어진 과실이 인정돼도 사망 책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반년 넘게 위염으로 치료받던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진행성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술 뒤 숨졌는데, 법원은 진단이 늦은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 책임까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찍 치료받아 볼 기회를 놓친 데 대한 위자료로 정한 액수가 2,500만 원입니다.

법원
인천지방법원
선고
2016. 9. 27.
사건
2016가합55208 · 민사
결론
원고 청구 일부 인용

무엇을 다퉜나

환자는 2012년 9월 소화불량으로 이 병원을 처음 찾았는데, 의료진은 복부 CT와 혈액검사로 위장염을 의심해 입원을 권했지만 환자는 거절했습니다.

그 뒤 2013년 3월 환자가 다시 찾아온 뒤 9월까지 신장내과 의사가 진료를 맡아 복부 CT와 위내시경 등을 했고, 그동안 진단은 위염이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 9월 말 다른 병원 위내시경에서 보르만 4형 진행성 위암(말기)이 의심됐고, 같은 날 조직검사로 확인됩니다. 환자는 10월 위를 일부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2015년 4월 숨졌습니다.

판결의 의학 지식 대목에 따르면 보르만 4형은 암세포가 점막 아래로 퍼지는 유형이라 내시경이나 조직검사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판결이 든 통계로 위암 4기의 5년 생존율은 4%입니다.

이를 두고 유족인 원고는 의사가 위암을 의심하지 않아 치료 기회를 잃고 숨졌다며 일실수입 · 장례비와 위자료로 2억 원 남짓을 구했습니다.

반면 병원 쪽은 보르만 4형은 쉽게 발견되지 않고 검사에서 위염 · 위궤양 소견만 나왔으며, 과실이 있더라도 예후가 나빠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이 본 것

위염으로만 본 판단 판결요지 · 이유 2 나

법원은 먼저 진단이 병의 종류와 진행 정도를 밝혀 치료법을 정하는 첫 단계라서, 완전무결할 수는 없어도 당시 임상의 진단 수준에 비춰 신중하게 진찰했는지를 본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습니다.

보르만 4형이 내시경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판결도 받아들였지만, 그와 함께 하나씩 짚은 것이 2013년 상반기 검사 결과와 증상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3월 조직검사에서 비정형 세포라는 세포 이상이 보였고, 6월 복부 CT에서는 위 바닥 쪽 위벽이 두꺼워 종양이 의심됐습니다.

같은 6월 혈액검사의 혈색소는 8.8~11.2gm/dL로 정상치 13.0~17.5gm/dL에 크게 못 미쳤으므로, 출혈 원인을 적극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판결의 풀이입니다. 게다가 환자는 소화불량에 더해 하루 10여 차례 넘게 설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결과가 겹친 2013년 6월쯤에는 원인을 찾는 추가 검사를 하거나 적어도 상급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옮겼어야 하는데, 증상을 위염으로만 보고 위암을 진단해 치료할 때를 놓치게 한 과실이 담당 의사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망까지 이어지지 않은 인과관계 판결요지 · 이유 2 다

다만 위암은 진행 속도가 제각각이라, 9월 진단 때 상태에서 거슬러 6월 상태를 추정할 수는 없다고 법원은 밝혔습니다.

6월 말 입원 무렵 이미 위암이 꽤 진행됐을 수 있고, 보르만 4형의 나쁜 예후와 말기 위암의 극히 낮은 5년 생존율로 보면 그때 치료를 시작했어도 사망을 피하기 어려웠으리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실수입 · 장례비 청구는 기각됩니다.

일찍 치료받아 볼 기회와 위자료 판결요지 · 이유 2 라

그렇다고 손해가 없다고 본 것은 아닙니다. 과실이 없었다면 환자는 위암 치료를 좀 더 일찍 받았고, 그 치료로 조금이나마 더 살 여지도 있었다고 법원은 헤아렸습니다. 그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잃은 환자와 유족의 괴로움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위자료는 환자 몫 2,000만 원, 유족 몫 500만 원이었고, 환자 몫은 유족에게 상속됐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 운영자와 담당 의사가 공동으로 2,500만 원을 물고, 소송비용은 60%를 원고가 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재산상 손해는 인과관계가 부정된 데서 판단이 끝나, 일실수입 · 장례비의 액수는 셈하지 않았습니다.
  • 또 그때 치료했다면 몇 달을 더 살았을지는 판결이 숫자로 내놓지 않았고, 생존기간을 다소나마 늘릴 여지가 있었다고만 보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검사 하나하나는 결정적이지 않았어도, 석 달 사이 차례로 쌓인 세 결과가 과실의 기준 시점을 정한 판결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내시경으로 찾기 어려운 위암 유형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정형 세포 · 두꺼운 위벽 · 낮은 혈색소가 차례로 드러난 2013년 6월을 추가 검사나 전원의 시점으로 보았습니다.

판결은 그해 6월에 이미 병이 많이 나아갔을 가능성과 이 유형의 좋지 않은 예후를 근거로 진단 지연과 사망 사이의 인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일실수입 · 장례비 배상은 없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은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부정돼도, 치료를 더 일찍 받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진 괴로움은 위자료로 갚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판결은 위자료를 숨진 환자 몫과 유족 몫으로 나눠 정하고, 환자 몫은 유족이 상속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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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가합5520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