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척수천자 뒤 마비와 항암제 신경독성 · 추정의 개연성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검토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치료받던 아이가 척수천자와 척수강 안 항암제(MTX) 주입을 받은 뒤 마비를 보였고, 2년쯤 지나 숨진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바늘을 한 번에 넣지 못했다는 것과 시술 뒤 귀가 조치만으로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고, 항암제의 신경독성이나 백혈병에 따른 면역 저하 같은 다른 원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과실로 감염됐다고 추정한 원심을 깼습니다. 사건은 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합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9. 12. 10.
사건
2008다22030 · 민사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에게 불리한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원고들이 아이를 치료한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대법원이 요약한 원심의 사실 인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료진은 아이를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예후 중간군으로 보고 관해도입 치료를 해 완전관해에 이르렀습니다. 이어 관해유지 치료로 척수천자를 해 뇌척수액을 검사하고 척수강 안으로 MTX를 넣었습니다.
  • 척수천자를 한 의사는 한 번에 끝내지 못하고 바늘을 3~4번쯤 넣었습니다. 아이가 3~4시간 안정을 취한 뒤 집에 갈 때, 의사는 찌른 자리에서 척수액이 새는지, 피가 멎었는지를 점검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 아이는 척수천자 뒤 고열을 동반한 신경마비 증세를 보였고, 몸의 마비가 생긴 뒤 오랜 치료를 받다가 패혈증 쇼크로 숨졌습니다.
  • 원심은 척수천자 뒤 찌른 자리를 제대로 누르지 않으면 드물게 척수액이 샐 수 있고, 새면 그 길로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아이의 고열과 마비, 그 뒤의 사망이 의사가 여러 번 바늘을 넣고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알 수 없는 병균에 감염돼 생긴 신경마비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했습니다. 병원 쪽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과실의 잣대와 진료 방법의 재량 판시사항 [1] · 이유 2

의사는 환자 상황에 맞춰 위험을 막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잣대는 의료행위를 할 무렵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행해지던 수준이고, 진료가 이뤄진 환경 · 조건과 의료행위가 지닌 특수성을 감안해 규범적으로 파악하는 수준이라고 판결은 다시 밝혔습니다.

또 의사에게는 환자 상태와 당시 의료 수준, 자신의 지식 ·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선택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진료 결과만 놓고 그 가운데 한 방법만 옳았다고 하며 달리 한 조치를 과실이라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치료 중 숨진 환자와 추정의 한계 판시사항 [2] · 이유 2

치료 중에 환자가 숨졌을 때도 추정의 길은 둘이라고 했습니다.

환자 쪽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알 수 있는 과실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의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도 증명하는 길, 또는 결과에 의료 과실 말고는 다른 원인을 떠올리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과실로 결과가 생겼다고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히 과실과 결과의 연결을 추정해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 기록에 나타난 사정 판시사항 [3] · 이유 2

대법원은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서 다음을 짚었습니다.

  • 척수천자는 손으로 만져 척추 사이를 찾아 수직으로 찔러 척수강에 닿아야 하는데, 척추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척추 사이가 넓지 않아 한 번에 닿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척수검사 뒤 압박은 특별한 기계가 아니라, 바로 누워 체중으로 누르거나 엎드려 모래주머니를 올려놓는 방법이었습니다.
  • 척수강 안에 MTX를 넣으면 무균성 뇌막염 말고도 드물게 경련 · 다리 힘 빠짐이나 마비 · 뇌증 같은 신경독성이 생길 수 있고, 그 가능성이 4.2~6.1%라는 의학 보고가 있었습니다.
  • 아이는 다음 날 등 통증과 다리 힘 빠짐 · 배뇨장애를 호소했습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감각신경은 정상이고 운동신경 쪽 이상이 보였으며, 마비가 다리에서 팔로 차츰 올라가 사지마비에 이르는 「상행성 마비」의 경과를 보였습니다.
  • MTX를 넣은 뒤 사지마비가 생긴 다른 사례도 같은 경과를 보였습니다. 반면 척수천자는 일반적으로 멸균 처리를 하고 시행해 감염 위험이 낮았고, 마비가 진행되던 때 세 번의 혈액검사에서 감염 여부를 볼 수 있는 백혈구나 C-반응단백의 증가도 없었습니다.
  • 예후 중간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0~70%였고, 아이는 백혈병이 재발한 뒤 신경증상이 나타난 지 2년이 지나 패혈증 쇼크로 숨졌습니다.

이를 법리에 비추어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척수천자에서 주사바늘을 한 번에 넣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어떤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3~4시간 누워 안정하게 한 뒤, 척수액 누출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아이를 특별한 조치 없이 귀가시킨 조치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무균성 뇌막염은 MTX에 따른 여러 신경증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 그것이 배제된다고 MTX의 신경독성 가능성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백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의료 과실 아닌 데서 아이를 숨지게 할 원인이 없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원심이 심리할 것 이유 2 · 3

그러니 원심은 MTX로 척수와 뇌에 신경독성이 생긴 경우의 임상 경과와 뇌척수액에 병균이 감염된 경우의 임상 경과를 심리해, 아이의 경과가 의료 과실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만큼의 개연성을 받칠 사정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과실로 감염됐다고 추정한 원심은 주의의무의 판단 기준, 의료행위의 재량성, 의료소송의 입증책임 분배를 두고 법리를 잘못 이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대법원은 보았습니다.

다른 상고이유는 보지 않고, 원심판결 가운데 피고에게 불리한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아이에게 생긴 마비가 항암제의 신경독성 때문인지, 감염 때문인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경과를 견주어 심리하게 했습니다.
  • 병원의 배상 책임 여부는 다시 심리할 몫으로 남았습니다.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추정할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추정의 물음은 다른 원인으로 설명되는 경과와 견주어, 의료 과실 쪽 개연성이 받쳐지는지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척수천자가 손으로 위치를 찾는 시술이라 한 번에 닿기 쉽지 않다는 점, 압박이 체중이나 모래주머니로 하는 방법이라는 점이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척수강 내 MTX의 신경독성 가능성(4.2~6.1% 보고)과 같은 경과를 보인 다른 사례가, 감염 말고 다른 원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쳤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바늘을 여러 번 넣었다는 사정과 그 뒤 마비가 생겼다는 사정이 있어도, 그 둘만으로 감염과 과실이 추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신경독성과 감염의 임상 경과를 견주는 심리가 먼저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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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2203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