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12. 5. 9.
- 사건
- 2010다57787 · 민사
- 결론
-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무엇을 다퉜나
환자가 원고, 병원을 세운 학교법인이 피고였습니다.
환자는 약 20년 전 위와 공장(십이지장 바로 다음의 소장)을 잇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담낭에 용종이 발견돼 담낭 절제술을 받으려고 대학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외과 의사가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작하자, 담낭 아래쪽으로 대장의 일부(결장)와 장 앞을 덮어 늘어진 그물막이 심하게 붙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의사는 배를 여는 수술로 바꾸지 않고 복강경으로 붙은 조직을 떼어 나갔습니다.
수십 분 뒤 갑자기 피가 나기 시작했고, 어디서 왜 나는지 찾지 못해 지혈할 수 없게 되자 개복술로 바꾸었습니다.
개복하자 오른쪽 신장 근처 정맥 혈관이 찢어져 피가 심하게 나고 있었습니다. 지혈이 되지 않아 오른쪽 신장을 떼어 냈고, 담낭도 절제했습니다.
수술 뒤 조직검사에서 용종은 단순한 만성 담낭염으로 밝혀졌습니다. 환자는 오른쪽 신장을 잃었고, 남은 왼쪽 신장의 기능도 20~30%가량 줄었습니다.
원심은 의료진 과실의 증거가 모자란다고 보아 1심의 청구 기각을 그대로 두었고, 환자가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간접사실로 하는 추정 판결요지 [1] · 이유 1 가
대법원은 99다66328 판결의 법리를 끌어왔습니다. 의료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은 원래 환자 쪽에 있습니다. 다만 의료는 고도의 지식이 쓰이는 영역이어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그 잘못과 연결을 밝혀내기는 극히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수술 도중이나 수술 뒤에 생긴 증상이 무거운 결과를 낳았을 때는 다른 길이 열립니다. 과실 아닌 다른 원인을 떠올리기 힘든 간접사실들을 환자 쪽이 증명하면, 그 증상을 의료상 과실의 산물로 추정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원심 기록에서 추린 의학 사정 이유 1 나 (6)~(8)
판결은 원심판결 이유와 증거에서 의학 사정을 추려 들었습니다.
- 예전에 상복부 수술을 받은 환자는 과거에는 복강경 담낭 절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판결 무렵에는 수술자의 경험과 합병증 대응 능력에 따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지만, 빼는 편이 안전하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 복강경 수술 중 담낭 주위 염증과 유착이 심해 장기의 해부학적 위치를 가리기 어렵거나 출혈이 생기면 개복술로 바꿔야 한다.
- 복강경 담낭 절제에서 후복막강의 큰 혈관을 다치는 일은 약 0.1%에서 생기는 흔하지 않은 합병증이고, 이를 막는 데는 수술하는 의사의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 담낭은 복강 안에, 신장은 후복막강 안에 있어 서로 떨어져 있다. 배 수술을 받았던 환자는 장기 위치가 바뀌고 유착돼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수술 도중 신장 정맥 손상으로 신장을 절제한 보고 사례는 없었다.
유착을 두 경우로 나누어 판결요지 [2] · 이유 1 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수술 초기에 심한 유착을 알아차린 데서 출발했습니다.
첫째, 해부학적 구조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유착이 심했다면, 더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개복술로 바꿔야 하는데도 복강경을 이어 간 과실이 신장 정맥 손상과 신장 절제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유착이 그만큼은 아니어서 복강경 수술이 가능했다면 사정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이 경우 후복막강 혈관 손상은 수술에 따르는 객관적 요인보다 수술하는 사람의 숙련도 같은 주관적 요인이 작용하는 면이 크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그런 손상으로 신장을 뗀 사례 보고가 없다는 점, 신장 정맥을 다치지 않고는 수술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자료도 없다는 점을 더했습니다. 그러니 복강경 기구를 지나치게 다루는 등의 과실로 손상이 생겼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입니다.
원심이 놓친 것 이유 1 다 · 2
원심은 과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청구를 물리쳤습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간접사실로 과실을 추정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이 판단이 의료소송에서 과실을 증명하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은 상고이유는 따로 보지 않은 채 원심판결을 통째로 깨뜨렸고, 심리는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맡게 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작한 결정 자체가 과실인지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판단은 유착을 알아차린 뒤의 진행에 맞춰졌고, 대법원은 이 수술 대상을 두고 견해가 갈린다는 사실을 원심 기록에서 옮겼을 뿐입니다.
- 배상 범위와 책임을 줄일 사정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 이 사건 유착이 두 경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가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과실 추정에 이른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추정은 여러 간접사실이 모여서 섰습니다. 원래 떨어져 있는 장기의 자리, 그 수술에서 그런 손상이 보고된 적이 있는지, 손상 없이 수술할 수 없었다는 자료가 있는지가 판단에 들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이 기댄 사정은 의학 문헌의 견해, 합병증 빈도와 수술자 경험의 관계, 같은 수술에서 같은 손상이 보고됐는지였습니다.
개복술로 바꾸는 때에 관한 의학 기준(위치를 가리기 어렵거나 출혈이 생기면 전환)이 원심 인정 사실로 첫째 경우의 잣대가 됐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신장을 잃었다는 결과만으로 추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실 외의 원인을 짚기 어렵게 하는 여러 사정이 원심 기록 안에 모여 있었습니다.
배상하라는 결론은 이 판결에 없습니다. 추정의 길을 따져 보라며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넘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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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다5778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