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손해 산정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와 위자료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인과관계가 서지 않는 의료사고에서도 위자료가 남을 수 있는지, 그 문턱을 정리한 판결로 소개해 드립니다. 진료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도 그 위반과 사망이 상당인과관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망의 손해까지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도 위자료가 남는 것은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을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였을 때이고, 그 증명은 환자 쪽이 한다고 한 판결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8. 12. 13.
사건
2018다10562 · 민사
결론
원심판결 중 병원을 운영한 의료재단에 위자료 배상을 명한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 원고(유족)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두통과 구토로 응급실을 찾았던 환자가 일곱 시간쯤 뒤 같은 증상으로 다시 와 치료받던 중 숨진 사건입니다. 그래서 유족이 그 병원을 운영한 의료재단 등 피고 둘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처음 왔을 때는 두통 · 메스꺼움 · 구토가 있었지만 혈액검사와 활력징후는 모두 정상 범위였고, 구토를 가라앉히는 약을 투여받고 나아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다시 왔을 때 의료진이 한 일은 같은 약을 더 주고, 심호흡을 시키며 산소를 공급한 것입니다.
  • 다시 온 지 한 시간 남짓 지나 환자는 뜻을 또렷이 말하지 못한 채 숨참과 배 아픔을 호소했고 얼굴이 창백해졌는데, 이때부터 의료진의 집중 관찰이 시작됩니다.
  • 다시 온 지 세 시간쯤 지나 혼수상태를 보고받은 당직의사는, 곧바로 뇌 CT를 찍고 중환자실로 옮겨 혈액검사를 하는 등 조치했습니다. 다만 CT에서는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심의 판단은 두 갈래입니다. 처음 왔을 때의 진료에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다시 왔을 때는 진료상 주의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했지만 그 과실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원심이 의료재단에 위자료를 물게 한 까닭은, 상태가 빠르게 나빠진 뒤 의식을 잃을 때까지 원인을 찾아 치료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한 것이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수인한도)를 넘을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판결에 유족과 의료재단이 모두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유족이 낸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이유 1

  • 유족은 구토 약을 지나치게 주어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이 생겼다고 다퉜습니다. 하지만 원심은 지나치게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권장 투약 간격을 어겼다고 볼 수도 없으며, 설령 하루 최대 권장량을 넘겼더라도 나타난 증상이 그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도 이 판단입니다.
  • 다른 피고에 대해서는 유족이 상고이유를 기간 안에 내지 않았습니다.

인과관계가 없으면, 위자료는 현저한 불성실이 있을 때 남습니다 판결요지 [1] · 이유 2 나

먼저 의료행위의 속성상, 환자에게 나타난 구체적 증상과 상황에서 생기는 위험을 막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할 주의의무가 의료진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기대와 달리 치료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주의의무를 어긴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그 위반과 나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그 결과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주의의무를 어긴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을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였다고 평가될 정도라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환자나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한 불성실은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환자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판결요지 [2] · 이유 2 다 · 라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서 대법원이 본 사정은 넷입니다.

  • 다시 온 뒤 의료진은 약을 더 주고 산소를 공급했고, 상태가 나빠지자 집중 관찰을 했습니다.
  • 당직의사는 혼수상태를 보고받자 곧바로 CT를 찍고 중환자실로 옮겨 혈액검사를 했습니다.
  • 또 1심 감정의의 의견은, 다시 왔을 때 바로 전해질 검사와 동맥혈가스분석으로 대사성 산증을 살피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응급실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사해야 하고 일반 의료진의 능력으로는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어, 곧바로 동맥혈가스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당직의사의 과실로 잇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한 치료가 세 시간쯤 늦어진 것을 치명적인 잘못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 끝으로 원심 감정의의 의견은, 악성신경이완증후군에 따른 증세가 이어지며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병은 다뤄 본 경험이 있는 일부 신경과 의사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사정을 모아 보면, 다시 온 뒤 혼수상태에 이를 때까지 알맞은 치료와 검사가 늦어졌다 하더라도 수인한도를 넘을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로 평가될 정도가 아니면 위자료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의료진에게 그런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위자료 책임을 지운 원심판단에는 의료사고의 과실과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그 부분을 다시 심리하게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다시 왔을 때 진료에 과실이 있었는지는 대법원이 따로 판단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실제로 원심은 과실을 인정하되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이 다룬 것은 그와 별도로 위자료가 남는지였습니다.
  • 사망 원인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은 원심 감정의가 추정한 의견입니다.
  • 마지막으로 위자료 책임이 있는지도 확정하지 않았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현저한 불성실로 보기 어렵다며 다시 심리하게 했을 뿐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늦어진 진료와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는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인과관계가 서지 않을 때 남는 위자료는 그 좁은 경우에 인정되고, 그 문턱을 넘었는지는 환자 쪽이 보여야 합니다.

의료인이라면

상태가 나빠지자 집중 관찰을 했고, 혼수상태를 보고받은 뒤 곧바로 검사하고 옮긴 사실을 판결이 짚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진단에 한계가 있다는 감정 의견도 판결이 든 사정의 하나입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치료와 검사가 늦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또 응급실을 다시 찾은 때, 상태가 바뀐 때, 당직의사가 보고받은 때가 시각으로 따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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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1056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