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과실 판단 기준

오래 이어진 진통 끝에 출혈로 숨진 산모, 대법원은 종합병원 이송과 수혈 준비를 하지 않은 개업 의사의 치료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분만 중에 산모를 잃은 가족이라면, 과실을 여러 대목에 걸쳐 본 이 판결을 살펴볼 만합니다. 진통 16시간이 넘도록 분만이 끝나지 않고, 태반이 나온 뒤 2시간 30분 출혈 끝에 산모가 숨진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그 무렵 개업 의사에게 요구되던 조치를 들어 치료상 과실을 본 광주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67. 7. 11.
사건
67다848 · 민사
결론
상고기각(원고 측 · 의사 쪽 모두)

무엇을 다퉜나

피고는 개업한 의사였고, 산모는 피고의 병원에 입원해 분만과 식중독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래는 원심이 확정한 그날의 흐름입니다.

  • 산모는 계속 고통을 호소했고 진통은 지나치게 길었지만, 피고는 진통 시작 뒤 16시간이 지난 오후 2시까지 수술도 이송도 하지 않은 채 두었습니다.
  • 태아의 머리가 산모의 골반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기구로 꺼내려는 시술을 대여섯 번 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시술로 소모된 것은 산모의 기력뿐입니다.
  • 태반이 나온 뒤 출혈이 심했지만 피고는 출혈 중인 환자는 옮길 수 없고 전에 혈액을 주문했을 때 늦게 왔다는 이유로 수혈을 하지도 혈액을 주문하지도 않았고, 효과 없는 압박과 주사 등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뒤 산모의 유족인 원고들이 배상을 구하자 원심은 피고에게 위자료를 물렸습니다. 그러자 양쪽이 모두 상고했는데, 피고는 과실이 없다는 것이고 원고들은 위자료가 적고 결혼 비용도 손해라는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이상분만에서 해야 했던 조치 판결요지 · 피고 상고이유

원심은 피고가 산모나 태아의 이상을 규명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순산할 수 없을 만큼 태아 머리가 크다는 점을 피고도 능히 미리 알아차렸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

늦어도 태반이 나온 오후 4시 30분까지는 출혈 원인을 알아챌 수 있었는데, 태반을 살피는 등의 주의를 게을리해 출혈에 맞는 처치가 늦어졌다는 것이 원심이 짚은 둘째 대목입니다.

원심은 수술 전에 늘 수혈을 준비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사건은 진통이 길고 산모가 극도로 지쳐 있었으니 수혈을 준비한 뒤 수술에 들어갔어야 하고, 많은 출혈이 있으면 응급조치 뒤 가까운 종합병원이나 전문의에게 옮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개업 의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상분만 환자에게 자궁출혈이 생기고 일반 조산술로 분만이 어려웠다면 시설이 좋은 종합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오래 일반 조산술로만 분만시키려다 산모가 기진하고 많은 피를 흘려 숨지게 했다면 의사에게 치료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쪽에 섰습니다.

형사 무죄 판결의 무게 · 피고 상고이유

한편 피고는 같은 일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판결을 증거로 냈습니다. 하지만 그 무죄 이유가 이 민사 법원의 사실인정까지 묶지는 못한다는 것이 산모 사건 상고심의 설명입니다.

또 피고에게 과실이 없다는 다른 의견들도 원심이 믿지 않고 물리친 것이었고, 그 증거 취사에도 대법원은 채증법칙 위반을 보지 않았습니다.

원고 측 상고 · 원고 상고이유 제1 · 2점

원심은 사고 경위와 당사자의 나이 · 재산 상태 등을 두루 보아 위자료를 정했고, 대법원은 위자료를 올려 달라는 상고를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산모와 결혼할 때 들인 비용도 이 불법행위가 앗아 간 손해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판결이 다룬 진료는 1960년대 개업 의원의 분만이었고, 그때 확정된 사실과 경험칙 위의 판단일 뿐 오늘의 분만 진료 기준을 세운 판결은 아닙니다.
  • 다만 대법원은 원심이 정한 위자료에 잘못이 없다고 했을 뿐, 그 액수를 스스로 다시 셈하지는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서 과실은 한 장면이 아니라 이상 규명 · 출혈 원인 파악 · 수혈 준비 · 이송이라는 여러 대목에 걸쳐 인정됐습니다. 특히 이송 대목에서 잣대가 된 것은 그 무렵 피고 의원의 능력과 시설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피고의 능력과 시설로 산모를 다루기 무리였다면 가까운 종합병원이나 전문의에게 옮겼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받쳐 주었습니다.

또 같은 일로 받은 형사 무죄 판결의 이유가 민사 법원의 사실인정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도 판결이 밝힌 대목입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과실이 없다는 의견이 담긴 증거를 원심이 믿지 않은 조치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결혼할 때 들인 비용은 산모의 사망으로 잃은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 판결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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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67. 7. 11. 선고 67다84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