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합의 · 통지

합의 뒤에 드러난 후유증 손해, 대법원은 택시 사고 합의가 덮지 못한 몫으로 보고 기왕증 몫은 따로 셈하게 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외상 치료가 끝나자 곧 맺은 합의가 그 뒤 남은 외상후신경증까지 덮지는 못한다는 점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택시 앞좌석에서 사고를 당한 승객의 사건으로, 대법원은 이 손해를 합의 밖에 두었습니다. 다만 노동능력 · 치료비 · 기왕증 몫은 원심이 새로 셈하도록 되돌렸으니, 그 셈법도 함께 보시면 됩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88. 4. 27.
사건
87다카74 · 민사
결론
양쪽 상고를 일부씩 받아들여 재산상 손해 부분 파기환송 · 위자료 부분 양쪽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는 1984년 2월 교통사고로 얼굴 · 가슴 열상과 쇄골 골절을 입었는데, 그 뒤 외상후신경증 등 후유증이 생겨 정신과 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원심은 일반노동능력 51% 상실을 인정했고, 이 판결에 원고와 택시회사가 함께 불복한 것입니다.

  • 원고 쪽은 상실률이 너무 낮고, 호전 가능성이 없다며 향후치료비를 뺀 것도 잘못이며, 위자료도 적다고 했습니다.
  • 반면 택시회사 쪽은 부제소 합의를 했으니 더 청구할 수 없고, 기왕증 몫을 덜 뺐으며, 원고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합의가 덮는 손해의 범위 판결요지 다 · 이유 2 (1)

얼마를 받고 그 밖의 청구는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면, 뒤에 손해가 더 났다며 합의금을 넘는 청구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법원은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손해가 다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적은 금액을 받고 합의했다면, 피해자가 버린 것은 그때 예측이 가능하던 손해에 대한 권리뿐이라고 새기라고 대법원은 일렀습니다.

실제로 원고는 외상 치료가 끝나 경과가 좋아진 것을 전제로 곧바로 합의했고, 정신 장애가 남으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외상후신경증 손해를 합의 밖에 둔 원심 판단은 그대로 서게 됐습니다.

노동능력을 잃은 정도 판결요지 가 · 이유 1 (1)

신체감정 자료들은 신체기능장애율을 50% 안팎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상실률은 그 장애율을 옮겨 적는 숫자가 아니어서, 나이와 배운 정도, 이전 직업 · 경력 · 숙련, 다른 일로 옮겨 갈 가능성까지 헤아려 정할 값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풀이입니다.

특히 대법원은 정신질환자가 기술직은 물론 일반 노동에도 사실상 종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때의 경험법칙으로 들어, 원심이 정한 51%는 적다고 보았습니다.

낫지 않아도 필요한 치료 판결요지 나 · 이유 1 (2)

원심은 완치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향후치료비를 뺐습니다. 반면 대법원이 보기에 치료는, 호전 · 완치만이 아니라 악화를 막거나 생명을 늘리는 것도 목적으로 삼는 일입니다.

다만 그 치료비가 배상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가 닿는 범위까지라서, 치료의 필요성 · 기간과 진료비의 상당성을 보되, 부상 정도 · 치료 내용 · 횟수와 의료보험수가 같은 보편적 수준 등을 헤아려 정하라고 했습니다.

기왕증이 보탠 몫 판결요지 라 · 이유 2 (2)

원고는 사고 전부터 불안신경증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었는데, 원심은 그 몫을 5%로만 보아 일실이익에서만 뺐습니다.

후유증이 사고 하나에서 온 것이 아니라 기왕증과 함께 빚어졌다면, 사고의 몫만큼만 물리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생각입니다. 원고 고유의 성격 · 체질에서 온 이 기왕증은, 전문가의 합리적 반대 의견 같은 사정이 없으면 주요 요인 하나로 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몫은 개호비 · 치료비에도 반영해야 했다며 원심을 깼지만, 후유증과 관계없는 성형수술비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안전벨트 이유 2 (4)

현장에서 차량을 점검한 증인은 원고가 앉은 앞좌석에 벨트가 설치돼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증언을 물리친 것은 채증법칙 위반이고, 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그것이 손해에 미친 정도를 따져 범위에 넣었어야 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지적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위자료 부분 상고는 양쪽 다 기각됐습니다(액수가 적정하다는 답은 원고 쪽 상고에 대한 것이고, 피고 쪽은 그 부분 상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파기된 재산상 손해의 액수를 대법원이 손수 계산하지는 않았습니다.
  • 또 택시회사가 이 사고에 책임을 지는지 자체는 다툼 밖의 문제입니다.
  • 택시 승객이 다친 교통사고 사건이라서, 치료를 맡은 의료진의 진료가 옳았는가는 이 판결에서 따질 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합의의 범위, 노동능력 상실, 앞으로의 치료비, 기왕증 몫이 한 판결에서 차례로 다뤄졌는데, 의료 분쟁의 손해 셈에서도 이 네 갈래 물음이 그대로 나옵니다.

의료인이라면

치료비가 배상되는 범위를 정할 때 대법원은 부상 정도 · 치료 내용과 함께 의료보험수가 같은 보편적 진료비 수준을 헤아릴 사정으로 들었습니다.

환자의 성격 · 체질에 특유한 기왕증이 후유증의 주요 원인 하나라면, 배상은 사고가 기여한 만큼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치료가 끝나 나아졌다고 믿고 서둘러 적은 금액으로 맺은 합의였다면, 당시 내다볼 수 없던 후유증 손해는 포기 범위에 들지 않았습니다.

낫기 어려운 상태라도 악화를 막기 위한 치료비는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합의 · 통지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다카7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