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합의 · 통지

각서로 모든 손해를 포기했나, 치료비 보조 50만 원에 손도장 찍은 각서를 그렇게 읽지 않은 원심을 대법원이 지켰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일체 이의하지 않겠다는 각서가 있어도 글자대로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학교 쓰레기 소각장에서 화상을 입은 아이의 부모가, 주민들이 모은 50만 원을 받으며 그런 각서에 손도장을 찍은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그 각서를 모든 손해의 포기로 읽지 않은 원심을 지켰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1. 11. 26.
사건
90다12403 · 민사
결론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먼저 원고 1은 1986년 3월 화상을 입은 뒤 입원했다가 통원하고 다시 입원하는 치료를 거듭했습니다. 사고가 난 소각장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국민학교가 후문 옆 담장에 붙여, 블록 두 장 높이로 둘레를 쌓아 만든 곳입니다.

그러다 두 번째 입원 중이던 5월께, 부모는 교장 부인과 주민들이 반상회에서 모은 50만 원을 건네받았습니다. 그러면서 화상으로 인한 문제에 일체의 민 · 형사상 이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통 · 반장 등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치료는 끝나지 않았고, 원고 1에게는 흉터가 당기는 후유장애와 시력장애가 남아 일반노동능력 85%를 잃게 됩니다.

이에 피고 쪽은 소각장 하자 책임을 다투면서, 각서로 청구권을 이미 포기했고 받은 합의금도 빼지 않았다고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소각장의 하자 이유 1

학교로서는 어린이들이 함부로 들어가 남은 불씨로 다치지 않도록 담장을 높이고 출입문과 잠금장치를 두었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하자 판단에 대법원도 흠을 잡지 않은 것입니다.

각서가 담은 뜻 판결요지 · 이유 2 · 3

대법원이 먼저 짚은 것은 돈의 크기로, 각서를 쓸 때까지 치료비만도 받은 50만 원을 훨씬 넘었습니다. 게다가 부모는 치료가 다 되어 후유장애가 없으리라 예상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주민들의 보조를 매우 고맙게 여겼습니다.

또 각서는 반장과 학교 육성회 간부 등이 미리 써 온 것이었고, 원고 2는 사리를 잘 모른 채 이름만 쓰고 손도장을 찍은 셈입니다.

이런 사정을 함께 보면 그 각서는 형사상 문제를 삼지 않고 민사로는 받은 50만 원 범위에서만 이의하지 않겠다는 뜻일 뿐, 그때 예상할 수 있던 손해까지 모두 포기한 뜻이 담겼다고 읽을 수는 없다며 대법원은 원심 해석을 지지했습니다.

아울러 원고가 각서의 작성 경위와 해석을 다투는 이상, 법원이 각서의 효력을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탄소봉 값과 합의금 이유 4

원고 1이 1986년 7월부터 1988년 5월까지 25회에 걸쳐 산 물리치료용 탄소봉 238만 원 남짓도, 손해에 넣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했습니다. 한편 받은 50만 원은 배상액에서 이미 공제됐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아이가 소각장에서 어떻게 다쳤는가 하는 사고 경위는 대법원 판결 이유에 자세히 옮겨져 있지 않습니다.
  • 또 손해액 셈 가운데 상고심이 들여다본 것은 탄소봉 값과 합의금 공제 둘뿐입니다.
  • 학교 시설에서 난 화상 사건이라서, 아이를 치료한 진료의 과실을 따진 판결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각서의 글자가 넓어도, 법원은 쓴 경위와 받은 돈의 크기, 남은 장해를 함께 놓고 그 뜻을 좁혀 읽었습니다. 특히 치료가 한창일 때 쓴 각서라는 점이 무게를 더한 셈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치료비 보조처럼 적은 돈을 치료 중에 건네고 받은 각서는, 넓은 포기 문구가 있어도 문구대로의 효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또 미리 써 온 문안에 이름만 받은 경위는, 각서를 좁게 읽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치료 중에 손도장을 찍은 각서가 있어도, 그 뒤 드러난 장해의 배상을 구하는 길이 막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각서 때 받은 50만 원은 배상액에서 공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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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1. 11. 26. 선고 90다1240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