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과실 판단 기준

흡인분만 뒤 뇌성마비, 진료 재량과 기여도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분만 방법을 고른 결정과 분만 중의 과실을, 대법원이 따로 떼어 보았다는 점부터 보시면 됩니다. 둘째 아이를 낳기 전, 산모는 첫 출산 때보다 배가 훨씬 불러서 제왕절개를 해 달라고 거듭 청했습니다. 대법원은 그 청을 따르지 않은 일을 과실로 묻지 않으면서, 분만 중 과실의 기여도를 탯줄 쪽 원인과 똑같이 50%로 나눈 원심은 깨고 돌려보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2. 5. 12.
사건
91다23707 · 민사
결론
일부 파기환송

무엇을 다퉜나

먼저 원고들은 아이와 산모를 비롯한 가족이고, 피고는 병원을 운영한 재단법인과 산부인과 과장입니다.

  • 산모는 첫 아이도 극심한 고통 속에 흡인분만으로 낳았습니다. 그래서 둘째를 가진 뒤 과장에게 세 번 진찰을 받았고, 출산 한 주 전에는 엑스선으로 쌍생아가 아님을 확인한 것입니다.
  • 그때 산모가 난산을 걱정하며 제왕절개를 청했지만, 과장은 경과를 보고 정하자고 했습니다. 다만 아두골반불균형(아기 머리가 산모 골반보다 상대적으로 큰 상태)인지는 따로 진단하지 않았습니다.
  • 1977년 8월 분만 당일에는 산부인과 전공의가 출산을 맡았는데, 산모가 다시 제왕절개를 청했지만 전공의는 통상의 질식분만(자연분만)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 그러다 분만 2기에 분만이 늦어지고 태아가 위험한 징후를 보이자, 전공의는 흡인분만기로 세 번 견인해 아이를 낳게 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분만 중 뇌손상과 두개강내출혈(머리뼈 안 출혈)로 고칠 수 없는 뇌성마비를 얻게 됩니다.

원심은 과장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흡인분만 과실을 들어 법인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탯줄이 아기 목에 감기는 제대권락현상도 뇌손상에 함께 작용했다며, 과실의 기여도를 50%로 보았습니다. 이에 아이와 가족 쪽이 상고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본 것

진료방법을 고르는 재량 판결요지 가 · 이유(피고 2 부분)

대법원은 진료방법을 정하는 일에 의사의 재량이 넓게 걸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환자 형편과 그 무렵 의술의 수준, 의사가 쌓은 경험에 비추어 합리적 범위 안에서 택한 방법이라면, 일이 끝난 뒤 다른 방법만 정당했다며 과실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82도3199 참조).

  • 과장이 골반을 재 보고 그 결과를 기록해 뒀다면 전공의가 요청을 달리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수는 있어도」 당시 의료수준 · 분만 실태로 보아 불법행위의 요건인 과실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 또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하지 않은 것도 과실이 아니고, 설명의무 위반으로 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위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분만 중의 과실 판결요지 나 · 이유(피고 법인 부분 2)

반면 분만 중의 일은 달리 보았습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로는 아이는 거대아였고 산모의 골반 출구는 좁아서, 아두골반불균형이나 그와 비슷한 경계 상태로 보였습니다. 그러니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라면, 그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비하지 않았고, 분만 2기에 5분마다 재야 할 태아심음을 4회 재지 않은 채 질식분만을 이어 갔으며, 뒤늦게 이런 상태에서 피해야 할 흡인분만을 무리하게 계속했다고 보았습니다.

기여도 50%를 깬 이유 판결요지 다 · 이유(피고 법인 부분 3)

한편 탯줄이 목에 감기는 일은 분만 중 흔히 생기고, 보통은 그것만으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원심 인정이었습니다. 게다가 대법원이 보기에 산모는 미리 세 번 진찰을 받고 난산 가능성을 알리며 제왕절개를 청하는 등, 할 바를 다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제대권락현상이 뇌손상에 보탠 바가 있더라도, 뇌손상과 두개강내출혈은 주로 오랜 분만 지연과 피해야 할 흡인분만을 무리하게 계속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아야 한다며 대법원은 원심의 평가를 문제 삼았습니다.

따라서 과실의 기여도를 같은 50%로 본 것은, 형평에 맞지 않게 평가한 위법이라는 결론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대법원이 바로잡은 것은 기여도를 매긴 방식이고, 새 비율이나 배상액은 판결 어디에도 없습니다.
  • 또 1977년 분만을 그때의 의료수준으로 본 판결이라서, 지금의 분만 지침에 견준 대목은 없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한 번의 분만을 대법원은 두 때로 나눠 본 셈입니다. 분만 전 질식분만을 택한 결정은 재량의 범위로 보았지만, 분만 중 골반 상태를 의심할 수 있던 때의 흡인분만 계속은 과실로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산모가 청한 것과 다른 분만 방법을 고른 것 자체는, 당시 의료수준으로 합리적 범위 안이면 과실이 아니라는 판결요지가 남았습니다.

반면 과실로 본 대목은 분만 2기의 태아심음 측정 공백과, 골반 상태를 의심할 수 있던 때 흡인분만을 계속한 일이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산모가 제왕절개를 원했는데 질식분만으로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는, 과실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탯줄 감김 같은 다른 원인이 함께 있었어도, 대법원은 무엇이 주로 결과를 불렀는지를 따져 과실의 몫을 그 원인과 똑같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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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