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설명의무

설명이 빠진 채 한 수술 승낙, 자궁근종으로 알고 승낙한 자궁 적출에 대법원은 승낙권 침해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동의서가 있어도 그 승낙이 어떤 설명 위에서 나왔는지를 법원이 따로 본다는 점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이 사건에서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듣고 자궁 적출에 동의한 환자는, 수술 뒤 조직검사에서 자궁외 임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진단의 잘못 때문에 마땅히 들었어야 할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한 승낙이라며, 이를 수술의 정당한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심을 지지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2. 4. 14.
사건
91다36710 · 민사
결론
상고기각(병원을 운영하는 법인 상고 · 의료인 쪽 패)

무엇을 다퉜나

1989년 5월 이후 월경이 없던 환자는 7월부터 입덧과 아랫배 통증, 하혈까지 겪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들른 병원에서 자궁에 혹이 있거나 암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옮겨 온 것입니다.

  • 산부인과 과장이 입원 중이라서, 다른 대학병원에서 파견 온 2년차 전공의가 진찰했습니다. 그는 첫 진단과 촉진 결과를 바탕으로 자궁근종으로 판단하고, 전문의 자문 없이 약물 단계는 지났고 자궁 제거뿐이라고 환자에게 말한 것입니다.
  • 수술은 외과의사인 원장이 집도했는데, 개복해 보니 나팔관 · 난소가 엉겨 붙은 혹덩어리와 고름이 있었습니다. 이때 의사들은 병명을 확실히 모른 채 재감염을 걱정해서, 자궁 대부분을 들어냈습니다.
  • 게다가 그 병원에는 수술 중 10여 분 만에 혹만 뗄지 자궁을 들어낼지 가늠하게 하는 조직검사 시설이 없던 형편입니다.

그런데 수술 뒤 조직검사에서 혹덩어리는 자궁외 임신으로 생긴 것이었습니다. 자궁외 임신은 수정란이 자궁 내막이 아닌 곳에 자리 잡는 임신입니다. 원심이 인정한 치료법에서 자궁 적출은 자궁각 · 간질부 임신이 파열된 경우였는데, 환자는 그 경우가 아니었습니다.

자궁외 임신을 겪은 여성의 절반 넘게가 뒤에 정상 임신을 할 수 있지만, 환자는 적출로 임신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반면 병원 쪽은 수술 전에 자궁 제거 동의를 받았고, 수술 중 뜻밖의 결과가 나도 이의를 달지 않고 의학적 처리를 맡기겠다는 위임도 받아 두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에서 지자, 법인이 상고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본 것

동의서가 있어도 유효한 승낙이 아니었던 까닭 이유

원심은 그 승낙이 첫 진단과 시진 · 촉진만 믿고 초음파 같은 정밀 진단 없이 내린 자궁근종 판정, 그리고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듣고 내린 결정이라고 짚었습니다. 즉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설명에 근거해서, 수술을 정당화할 승낙이 못 된다는 판단입니다.

원심은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개복 뒤에도 병명이 확실하지 않았다면 조직검사로 확인하거나, 시설이 없으면 상태와 다른 치료법을 설명하고 시설 있는 병원으로 옮겨 환자가 스스로 고르게 해야 했다고 짚었습니다. 또 자궁 제거가 불가피했다고 가정해도 이 의무는 그대로라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이 고쳐 읽은 대목 판시사항 · 이유

대법원은 원심이 설명의무의 내용에 자궁외 임신의 수술 필요성과 다른 치료법까지 넣은 것은, 의사들이 자궁외 임신을 몰랐던 이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가정적 판단일 뿐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풀이입니다.

대법원은 자궁외 임신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고 진찰한 의사 스스로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는데도, 혹이 만져진다는 이유로 정밀 확인검사를 거치지 않은 채 근종으로 판정해 환자가 당연히 들었을 설명을 듣지 못하고 승낙하게 했다면 승낙권 침해라고 했습니다.

한편 농양이 심하면 자궁을 들어내는 것이 현대 의학의 방향이고, 응급 상황이라 복강경 검사가 금기였다는 병원 쪽 주장은 원심 판단을 다른 관점에서 비난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이를 물리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대법원은 의사들이 실제로 몰랐던 자궁외 임신의 치료법까지 설명하라는 원심 대목은 그대로 따르지 않았고, 승낙권 침해의 근거를 진단 단계의 잘못에 두었습니다.
  • 또 원심은 자궁 제거가 그 자리에서 불가피했다고 가정해도 설명할 의무는 남는다고 보았고, 이 판결의 결론도 제거 수술 자체의 잘잘못에 기대지 않은 셈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이 판결은 설명의무를 진단과 이어 놓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밀 확인검사를 거치지 않은 진단 잘못이 설명의 빈틈으로 이어졌고, 그런 설명 끝에 얻은 승낙은 유효한 승낙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의사 스스로 다른 병의 가능성을 떠올렸는데도 확인 검사 없이 진단을 정한 경위를, 승낙권 침해의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다만 의사가 실제로 몰랐던 병의 치료법까지 설명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설명의 범위를 진단 단계의 잘못과 묶어 정리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수술 중 뜻밖의 결과에 이의를 달지 않겠다는 동의서가 있어도, 부정확한 설명에 근거했다면 유효한 승낙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에 동의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인의 배상 책임은 진단 잘못으로 설명이 빠진 채 받은 승낙, 곧 승낙권 침해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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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3671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