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1992. 12. 8.
- 사건
- 92다29924 · 민사
- 결론
- 피고(병원을 운영한 학교법인)의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분만 때 머리를 다친 아이가 뇌성마비를 앓게 되자, 아이와 산모 등 원고 다섯이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은 다음 순서로 정리됩니다.
- 산모는 분만 예정일을 넘겨 입원했는데, 임신 중 정기 검진에서 산모와 태아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입원 직후 1년차 전공의의 진찰에서도 분만 조건과 골반 크기가 정상이었고, 태아 몸무게는 3.8킬로그램으로 예상됐습니다.
- 그 뒤 진통이 시작되자 2년차 전공의가 분만을 담당해 자연분만을 시도하게 됩니다. 산모의 진통이 약하고 태아 머리가 커서 분만이 늦어지자, 다른 전공의들과 번갈아 흡입기로 끌어내려 했지만 머리만 조금 나왔습니다.
- 원심은 이렇게 분만이 지연되면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이 따를 수 있으니, 분만을 맡은 의사는 곧 전문의에게 보고해 지시를 따르거나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는 것이 원심의 판단입니다. 겸자를 쓸 수밖에 없더라도, 발육 중인 태아 머리는 약하고 연해 작은 충격에도 다치기 쉬우니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했습니다.
- 그리고 원심은 담당 전공의가 전문의에게 보고하거나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고, 다른 전공의들의 도움을 받아 흡입기와 번갈아 겸자를 쓰면서 분만 직전 태아 머리를 집어 무리하게 끌어낸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 아기는 머리 양쪽에 겸자에 눌린 흔적이 있었고, 두개골 일부가 지름 2센티미터쯤 함몰돼 있었던 것입니다. 태어나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기관에 관을 넣어 산소를 준 뒤에야 숨을 쉬기 시작했지만, 울지 못하고 온몸에 청색증이 있었습니다.
- 다음 날 큰 두개혈종이 발견됐고 잦은 발작 등 뇌성마비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뇌 단층촬영에서 두개골 골절, 뇌부종, 두개내출혈이 확인됐고, 뒤에 뇌성마비로 진단받게 됩니다.
- 원심은 뇌성마비의 원인으로 출산 전 모체 감염, 임신 중 산소 부족, 혈액형 부적합, 미숙아 같은 것과, 출산 때 난산의 기계적 요인(겸자 등으로 생긴 분만외상) · 신생아가사, 출산 뒤 머리 외상 · 감염 · 뇌종양을 들었습니다.
피고 쪽은 세 갈래로 상고했습니다.
- 겸자 분만의 과실과 뇌성마비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 것이 옳은가.
- 소송 중에 늘린 청구는 이미 시효로 사라졌는가.
- 간병인이 하루 종일 필요하다고 본 것이 옳은가.
법원이 본 것
다른 원인이 보이지 않을 때의 추정 판결요지 가 · 이유 1
먼저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했습니다.
그 위에서, 출생 직후 발견된 비정상적으로 큰 두개혈종과 뇌부종, 두개내출혈 같은 머리 손상은, 분만을 맡은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겸자로 태아 머리를 무리하게 끌어내는 과정의 물리적 충격과 압박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산모와 태아는 출산 직전까지 매우 정상으로 진단됐고, 출산 전후로 뇌성마비의 원인이 될 만한 모체나 태아의 감염 · 이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도 따로 없었던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무리한 겸자 사용으로 생긴 두개내출혈 등이 뇌성마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이 옳고, 과실 내용과 인과관계,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 오해도 없다고 했습니다.
뒤늦게 드러나는 손해와 「안 날」 판결요지 나 · 이유 2 (1) · (2)
피고는 소장에서 청구해 1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진 위자료를 뺀 나머지, 곧 원심에서 늘린 아이의 재산 손해와 늘어난 위자료 청구는 사고가 난 날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지나 사라졌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은 이 항변을 물리쳤습니다.
1심 신체감정 회보는 아이가 생후 14개월 안팎이라, 후유증과 노동능력 손실 · 간병 기간을 가리려면 적어도 6세 뒤 다시 감정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노동능력을 모두 잃었다는 감정은 2심에서야 나왔으니, 원심 감정 결과가 고지된 때 비로소 손해 전부를 알았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기준부터 밝혔습니다.
사고가 난 때와 그로 인한 현실의 손해가 생긴 때 사이에 시간이 벌어지는 불법행위라면, 시효를 세기 시작하는 「안 날」은 잠재하던 손해가 뒤에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이고, 현실화된 손해의 정도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짚은 것이, 1심 감정 회보는 두 가지로 읽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 후유증이 남는 것은 확실하고 그 정도만 지금 가리기 어렵다는 뜻이라면, 노동능력을 잃은 손해는 이미 현실화됐고 장래의 정도를 분명히 모를 뿐입니다.
- 발육에 따라 후유증이 나아질 수도 있어 장래 손해가 생길지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라면, 그때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를 알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원심이 어느 뜻인지 밝혀보지 않고 판단한 것은, 증거가치 판단을 그르치고 심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확장을 앞둔 일부 청구와 시효중단 판결요지 다 · 이유 2 (3)
그래도 결론은 그대로였습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아이의 일실이익과 위자료 등 손해 전체 액수를 주장하면서, 소송의 편의상 우선 일부만 청구한다고 했습니다.
신체 상해 소송에서는 신체감정을 거쳐 손해액을 정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실제로 원고들은 1심 첫 변론기일에 소장을 진술하자마자 신체감정을 신청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보아, 그 일부 청구가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액을 늘릴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런 청구는 채권의 일부에 대해서만 판결을 구하는 일부청구가 아니므로, 소를 내서 생기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장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채권과 같다고 볼 수 있는 범위에서 그 채권 전부에 미친다는 것입니다.
또 1심과 원심이 아이의 일부 청구를 위자료만으로 본 것도 잘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피고의 시효 항변은 기록상 이유 없음이 명백하고, 원심의 이유 설명은 잘못됐어도 항변을 물리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간병비 이유 3
원심은 아이가 남은 생애 동안 도시 일반노동을 하는 성인 여성 한 사람의 노임만큼 간병비가 든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신체감정 결과에 비추어 이 판단을 수긍했으므로, 간병인이 반나절이나 그보다 짧게 일하면 충분하다는 상고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추정은 이 사건 사정 위에서 선 것입니다. 즉 산모와 태아가 출산 직전까지 정상이었고 다른 원인을 보여 줄 자료가 없었다는 점이 함께 있었습니다. 다른 원인 자료가 있는 사건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 1심 감정 회보가 두 뜻 가운데 어느 쪽이었는지도 정하지 않았는데, 일부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으로 결론이 섰기 때문입니다.
- 이 사건은 원심에서 실제로 청구를 늘린 사건이라서, 늘리지 않은 채 소송이 끝난 경우는 이 판결 밖입니다.
- 간병비 말고 일실이익 · 위자료의 액수는 이 판결이 따로 보지 않았습니다.
- 이 사건에서 물은 것은 병원을 운영한 학교법인의 사용자책임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이 판결의 추정은 두 사정이 함께 받쳤습니다. 분만 중 무리한 겸자 사용으로 머리 손상이 생겼다는 사정, 그리고 출산 전후 다른 원인을 보여 줄 자료가 없었다는 사정입니다. 한편 시효 쪽에서는 손해가 현실이 된 때와, 소장이 무엇을 어떤 뜻으로 청구했는지가 결론을 정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판결은 출산 직전까지의 정기 검진과 입원 때 진찰 결과를 추정의 바탕으로 들었습니다. 반대로 출산 전후 다른 원인을 보여 줄 자료가 있었는지가 그 맞은편에 놓인 셈입니다.
원심은 분만이 지연될 때 전문의에게 보고하거나 제왕절개를 하는 길과, 겸자를 쓸 때 높은 주의를 기울이는 길을 함께 들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분만 뒤 뇌성마비가 생겼다는 결과 하나로 추정이 서지는 않았습니다. 즉 분만 때 의사의 과오로 보이는 손상과, 다른 원인 자료가 없다는 사정이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
판결은 시효를 세기 시작하는 때를 손해의 액수까지 안 때로 늦추지 않았습니다. 대신 잠재하던 손해가 현실이 된 것을 안 때가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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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