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설명의무

마취 전 기도 평가와 친척이 서명한 승인서, 교통사고 골절 수술의 전신마취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마취를 둘러싼 과실, 친척 서명으로 메울 수 없는 설명과 승낙, 사고를 낸 운전자의 책임, 이 세 갈래를 차례로 보시면 됩니다. 빙판길 사고로 위팔뼈가 부러진 환자가 골절 수술을 앞두고 전신마취를 받던 중 그날 숨졌는데,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4. 11. 25.
사건
94다35671 · 민사
결론
상고기각

무엇을 다퉜나

다툰 것은 마취에 과실이 있었는지, 승인서 서명이 효력이 있는지, 운전자도 책임을 지는지입니다. 소송은 숨진 환자의 유족이 수술한 병원의 경영자, 그리고 사고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냈습니다.

  • 환자는 운전자의 차에 타고 있다가 차가 미끄러져 밭으로 떨어지는 사고로 위팔뼈 분쇄골절 등을 입었습니다.
  • 병원은 며칠 동안 영상 · 심전도 · 혈액 검사 등을 했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자 골절 수술을 정한 것입니다.
  • 그리고 수술 전날, 환자의 시숙이 수술 중 · 뒤 경과에 대해 의사와 병원에 민 · 형사 책임을 일절 따지지 않겠다고 미리 인쇄된 수술승인서에 서명했습니다.
  • 마취전문의는 전신마취 유도제와 근육이완제를 놓은 뒤 삽관하다가, 후두경으로 보고서야 후두개 이상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후두경으로 해 보다 실패하자 더 가는 튜브로 바꿔 겨우 삽관한 것입니다.
  • 유도제를 놓고 삽관에 성공하기까지 5분 넘게 걸렸고, 그 무렵부터 입술이 창백해지고 혈압과 맥박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여러 응급조치에도 환자는 그날 숨졌습니다.
  • 부검에서 심장에 심한 지방침윤이 있었고, 직접 사인은 지방심으로 인한 급성심부전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원심이 병원 경영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책임을 인정하자, 둘이 각각 상고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본 것

마취 전에 살폈어야 할 것 판결요지 가 · 이유 1 가

원심이 인정한 마취 의학 사실은 다음과 같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했습니다.

  • 전신마취 뒤 삽관이 5분 넘게 늦어지면 급성심부전이 올 수 있다.
  • 그래서 마취 뒤 곧바로 삽관하고, 보통 2~3분 늦어지면 멈추고 산소를 충분히 준 뒤 다시 시도한다.
  • 목이 짧고 몸이 비대한 사람은 의식을 잃으면 상기도가 쉽게 막혀, 마취 전에 목의 움직임 · 입 벌리는 정도 · 혀 크기 등을 관례적으로 살핀다.
  • 기도 확보가 불안하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먼저 삽관하는 방법이 있다.

이 환자는 몸이 비대하고 목이 짧으며 후두개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마취의는 상기도 검사와 삽관법 비교를 소홀히 한 채 전신마취부터 했고, 삽관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이 산소가 끊기거나 모자라게 됐다고 원심은 짚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실이 지방심으로 심폐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환자에게 작용해 급성심부전을 불렀다고 추인한 원심을, 대법원은 옳다고 했습니다.

시숙이 서명한 승인서 판결요지 나 · 이유 1 나

먼저 인쇄된 승인서 용지에 서명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는, 수술과 특히 전신마취에 따르는 위험과 부작용을 환자나 가족에게 충분히 알렸다고 보기에 모자라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환자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었습니다. 인척에 불과한 시숙의 승낙이 환자 본인의 승낙을 대신할 수는 없으므로, 이 마취는 설명이 빠진 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해 이뤄진 위법한 행위로 평가됐습니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판결요지 다 · 이유 2

한편 운전자는 사망이 마취 과실 탓이지 자기 사고 탓이 아니라고 다퉜습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정리는 이렇습니다. 교통사고로 다쳐 치료받던 중 의료사고가 겹쳐 상태가 나빠지거나 숨지는 등 피해가 불어났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피해 역시 교통사고에서 이어진 결과로 봅니다.

그래서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저마다 불법행위로 성립하면서 객관적으로 얽혀 피해를 함께 냈다면, 그 둘은 공동불법행위로 연대해 물어 줘야 합니다.

운전자에게 사망까지 책임 지우기가 맞지 않다고 볼 만한 특단의 사정, 예컨대 마취의의 중대한 과실 같은 사정은 이 사건 기록에서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유족 몫의 배상액 계산은 이 판결이 손댄 대목이 아니었습니다.
  • 또 마취를 한 의사 본인은 이 소송의 피고가 아니었고, 책임은 병원 경영자에게 물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서 과실은 삽관이 길어진 순간만이 아니라 그 앞 단계, 마취 전에 환자의 기도를 살폈는지에서도 찾아진 셈입니다. 또한 수술 동의는 누가 서명했는지와 무엇을 설명했는지가 따로 따져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원심 인정 사실로는 입원 뒤 영상 · 심전도 · 혈액 검사에서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판결이 짚은 자리는 그 검사들이 아니라, 마취 직전 기도를 살피고 삽관 방법을 고르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교통사고 운전자도 사망 결과에 함께 책임을 졌고, 대법원은 손해를 의료사고 쪽에만 돌리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특히 면책 문구가 인쇄된 승인서라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환자를 제쳐 두고 친척이 서명했다면 설명과 승낙의 자리를 메우지 못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교통사고 운전자도 병원 쪽과 함께 사망 결과를 연대해 배상할 책임을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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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