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목 뒤 혹을 떼다 심정지가 온 뒤 전신마비, 대법원은 마취 전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뇌손상이 수술 과정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해 의료원의 책임을 유지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목 뒤 작은 혹을 떼려고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에게 20분쯤 뒤 원인 모를 심정지가 와, 뇌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대법원은 마취 전 심전도를 건너뛴 잘못을 인정하고, 뇌손상이 그 수술 과정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해 의료원의 배상 책임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함께 보실 물음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심정지 뒤의 뇌손상을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수술 과정의 잘못과 잇느냐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6. 6. 11.
사건
95다41079 · 민사
결론
상고기각(의료원 상고 · 의료인 쪽 패)

무엇을 다퉜나

1988년 10월 환자는 왼쪽 목 뒤의 혹을 단순 지방종으로 진단받았고, 며칠 입원이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을 의료원에서 들었습니다. 수술 전 검사로는 다른 병이 없었지만, 신경성 인두 증세와 알레르기성 기관지염 치료한 병력은 확인됩니다.

  • 이때 수술팀은 국소마취 약이 목의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질 위험과 환자의 불안을 들어 전신마취를 택했습니다.
  • 그런데 마취 직전 수술실에서 결과지를 보다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청진에서 부정맥과 잡음이 없자 곧바로 마취를 시작한 것입니다.
  • 마취 20분쯤 뒤 혈압이 급히 떨어지며 원인 모를 심정지가 왔습니다. 심장마사지와 강심제로 혈압이 돌아오자, 수술팀은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마취와 수술을 이어 마쳤습니다.

결국 환자는 깨어나지 못했고, 수술 닷새 뒤에는 뇌저산소증 추정 진단까지 나오게 됩니다. 열이틀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손상으로 전신마비 · 구음장애 등 파킨슨증후군에 이르렀습니다.

원심이 의료원에 배상을 명하자, 의료원은 병력 인정부터 과실 · 인과 판단까지 다투며 상고장을 냈습니다.

법원이 본 것

마취 전 심전도와 마취 중 감시 이유 2 나

대법원은 정맥 마취유도제와 흡입마취제 할로탄으로 전신마취를 하기 전 심전도검사를 하고, 마취 중에도 심전도 감시장치로 심기능을 지켜보는 일이 필수라고 보았습니다. 그랬다면 심정지를 더 일찍 발견해 뇌손상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의료원에는 심전도 기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는데, 마취 전 검사도 마취 중 감시장치도 없었고 마취 기록에도 그런 기재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수술 전 · 중의 검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마취 전 심전도를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인과관계를 미루어 정하는 기준 판시사항 · 이유 2 다

어떤 처치가 있었는지 환자는 일부밖에 모르고, 뇌손상의 직접 원인을 보통 사람이 가려내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런 의료의 특수성을 들어, 앞선 판례대로 환자 쪽 증명의 짐을 가볍게 하는 기준을 밝혔습니다.

환자 쪽이 맡을 몫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의료 과정 가운데 상식의 눈으로 보아도 과실이라 부를 만한 행위를 밝히는 것입니다. 다음은 그 행위에서 결과까지, 의료 말고는 원인이 끼어들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결은 이 둘째 몫을 증명하는 사정으로, 수술 전 환자 몸에 뇌손상 같은 결과를 부를 탈이 따로 없었던 사정을 짚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신마취 · 수술 중 심정지로 뇌손상에 이른 이런 경우 환자 쪽이 이 둘을 증명하면, 의료인 쪽이 결과가 과실이 아니라 특이체질 등 전혀 다른 원인에서 왔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과실이 결과를 낳았다고 미루어 보아 의료인 쪽에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 심정지는 마취와 수술 도중에 왔고, 마취 · 수술과 뇌손상 사이에 다른 원인이 끼어들었을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심전도 없이 마취한 잘못까지 함께 보아, 뇌손상을 그 수술의 잘못이 낳은 결과로 추정했습니다.

원심이 더 나아간 대목 이유 2 라

원심은 심정지 뒤 수술을 이어 간 것과 뒤늦은 전원도 과실로 꼽아 증상을 키운 원인으로 미루어 보았는데, 이 두 대목만큼은 대법원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혈압이 돌아온 뒤 이어 간 수술은 20분 정도의 간단한 혹 제거였는데, 원심은 그 재개가 결과를 키웠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뇌 회복을 위한 수술 뒤 치료가 부적절하지 않다면, 전원하지 않은 것만으로 사후조치가 잘못이라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뇌손상의 책임이 마취 전후 검사를 소홀히 한 수술 과정에 있다고 인정된 이상, 의료원이 배상한다는 결론까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의료원의 책임을 세운 과실은 마취 전 · 중 심전도를 건너뛴 검사 소홀입니다. 심정지 뒤 수술을 이어 간 것과 전원 시기를 과실로 본 원심 대목은, 대법원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 추정은 마취와 수술 도중 심정지가 와 뇌손상에 이른 이 사건 경과 위에서 세운 것이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심정지 그 자체를 과실로 본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서 추정의 대상은 뇌손상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심정지가 마취와 수술 도중에 왔고 다른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점에, 마취 전 · 중 심전도검사를 소홀히 한 잘못을 함께 보아 뇌손상을 수술 과정의 잘못에서 온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1988년 이 환자의 전신마취에서 마취 전 심전도검사와 마취 중 심전도 감시를 필수로 보고, 청진만으로 마취에 들어간 것을 수술 전 검사의 소홀로 판단했습니다.

판결은 심정지 뒤 수술을 이어 간 조치가 결과를 키웠는지 원심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 대목의 과실 추정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상식의 눈으로 과실인 행위가 있고 의료 말고 달리 꼽을 원인이 없다는 사정을 환자 쪽이 증명하면, 결과와의 인과를 추정하는 기준을 이 수술에 대어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원인 모를 심정지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료원이 별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이상 추정이 깨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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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41079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