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인과관계 추정, 사인을 하나로 못 박지 못해도 될까. 항진균제를 먹은 뒤 되풀이된 흉통과 발작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사인을 하나로 정하지 못해도 의료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를 미룰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간질환으로 입원한 환자가 곰팡이 감염약을 먹기 시작한 다음 날부터 가슴을 죄는 통증과 발작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었습니다. 입원한 지 한 달이 안 돼 숨졌고, 사인은 감정인마다 말이 달랐지만 대법원은 의료진 쪽이 물어 주라는 원심 결론을 뒤집지 않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9. 2. 12.
사건
98다10472 · 민사
결론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소를 낸 쪽은 숨진 환자의 아내 등 가족이고, 피고는 주치의와 담당 전공의, 대학병원을 둔 학교법인입니다.

  • 먼저 환자는 종합검진에서 알코올성 만성간염과 복수 소견을 받았고, 내과 과장이 주치의를 맡고 1년차 전공의가 그 지도를 받으며 치료했습니다.
  • 치료 중에는 식도정맥류와 칸디다 진균 감염이 새로 발견됐는데, 그 무렵 주치의는 상태가 나아져 퇴원도 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 처방한 치료가 잘 듣지 않자, 전공의는 주치의와 상의 없이 외부 약국에서 항진균제 현탁액을 사 먹게 한 것입니다.
  • 입원 검사에서 심장 이상은 없었는데, 이 약을 먹은 뒤로 흉통, 눈이 돌아가는 발작, 순간적인 혼수가 되풀이됐고,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도 생겨 간호사를 거쳐 전공의에게 전해졌습니다.
  • 주치의는 그 사이 회진을 오지 않았고, 사흘 뒤 회진에서 경과를 듣고 뇌파검사를 잡으며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심장이 멎었고, 숨진 것은 이튿날 새벽입니다.

이 약에는 간독성이 있으나, 부검에서는 그 부작용으로 볼 간괴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사인이 심근경색인지 간기능 악화인지는 감정인마다 의견이 갈렸습니다.

그래서 의료진 쪽이 상고하며 다툰 것은, 과실과 인과, 그리고 배상 범위입니다.

법원이 본 것

원심이 본 그날들 판시사항 [2] · 이유 1 가

원심은 입원 당시 환자가 곧 목숨을 잃을 만큼 무거운 병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약을 먹은 뒤 같은 증세가 되풀이됐다면 약 때문인지부터 가렸어야 한다는 것이 원심의 시각이었습니다. 약 때문이면 끊고, 아니면 심장 쪽을 의심해 손을 썼어야 하는데 그대로 두었고, 갑자기 나빠질 때를 대비하는 일도 소홀했다는 것입니다.

사인은 하나로 못 정해도 여러 요인이 겹쳐 숨졌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환자 쪽이 보일 것, 병원 쪽이 보일 것 판시사항 [1] · 판결요지 [1] · 이유 1 나

진료가 어떻게 흘렀는지는 대부분 의사만 알고, 어떤 기법을 고를지도 의사의 재량입니다. 그래서 손해가 의료상 잘못에서 왔는지를 환자 쪽에 의학으로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는 데서 대법원은 시작했습니다.

치료 도중 숨진 사건이라면 유족은 보통 사람 눈에도 보이는 잘못과, 진료 밖의 원인이 들어설 틈이 없다는 점, 이를테면 진료 전 몸에 그런 죽음을 부를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까지 보이면 되고, 그때부터 사망이 아예 딴 데서 왔음을 밝힐 짐은 병원으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대체로 이 틀을 따랐다며 받아들였습니다.

기왕증은 배상 셈에서 이유 2

간질환이라는 기왕증은 인과를 막지는 못했지만, 배상 셈에서는 다시 등장했습니다. 원심은 이를 참작해 환자의 일할 능력에 매긴 값을 일정 비율 줄였고, 대법원도 이를 옳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기왕증 때문에 남은 수명이나 일할 수 있는 나이가 줄었다고 볼 자료는 없어, 가동연한을 60세까지로 본 원심 판단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사인이 심장 쪽인지 간 쪽인지는 대법원도 어느 한쪽으로 매듭짓지 않았습니다.
  • 또 전공의가 주치의와 상의 없이 약을 바꾼 일을 따로 떼어 책임을 나누는 문제는 이 상고의 쟁점 밖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서 같은 간질환이 두 번 쓰였습니다. 즉 입원 때 곧 숨질 병은 아니었다는 점은 인과를 미루는 쪽에, 원래 앓던 병이라는 점은 배상을 덜어 내는 쪽에 놓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새 약을 쓴 직후 같은 증세가 거듭 보고되면, 그 약과 관련이 있는지를 먼저 가리는 일이 다툼의 중심에 놓였습니다.

사인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아도, 진료 전 몸 상태와 증세가 나타난 순서가 인과를 미루는 받침이 됐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입원 전 검사에서 심장 이상이 없었다는 기록처럼, 진료 전 몸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가 다른 원인을 지우는 데 쓰였습니다.

원래 앓던 병은 인과를 막지 않더라도 배상 액수를 줄이는 사정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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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1047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