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서울고등법원
- 선고
- 2007. 3. 15.
- 사건
- 2006나56833 · 민사
- 결론
- 1심판결 중 산모의 패소 부분 일부를 취소하고, 항소심에서 더한 예비적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의사와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각자 지급하게 함 · 나머지 항소와 예비적 청구는 기각
무엇을 다퉜나
산모와 남편은 분만을 맡은 산부인과 전문의, 그리고 그 병원을 둔 학교법인에게 함께 배상을 물었습니다.
- 산모는 임신 27주부터 이 전문의를 특진의로 산전 진찰을 받았고, 37주까지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하다는 소견이었습니다.
- 40주에 유도분만을 위해 입원했습니다. 자궁경부를 무르게 하는 질정을 넣었다가 수축이 지나쳐 뺐고, 무통 도관을 넣고 수축제를 다시 쓰며 인공으로 양막을 터뜨렸습니다. 그사이 태아 심박동은 몇 번 잠시 떨어졌다가 돌아왔습니다.
- 밤에 전문의는 산모를 분만대로 옮기게 하고 흡입기를 준비시키며, 레지던트에게 산모의 배를 눌러 밀어내는 푸싱을 하게 했습니다. 그때 자궁경부는 6~7cm 열린 상태였습니다.
- 태아 심박동이 계속 떨어지자 소아과 의사에게 분만실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자궁경부가 다 열린 뒤 심박동이 분당 60~70회로 떨어지자 태아곤란증을 의심하고 흡입분만을 여러 차례 시도해 아기를 꺼냈습니다.
- 아기는 심박동이 없었고 소생술에도 회복되지 않아 사산으로 선언됐습니다. 부검에서 사인은 태아곤란증이었습니다. 산모는 회음부 4도 열상과 질 열상을 입었습니다.
1심은 위자료 일부를 인정했고, 부모가 항소했습니다. 부모는 의사가 분만 2기 전에 푸싱을 시작했으며, 흡입분만을 지나치게 여러 번 했고, 태아곤란증이 보이는데도 제왕절개로 바꾸지 않았다고 다퉜습니다.
부모는 또 아기가 이미 사람으로서 권리능력을 얻은 뒤 숨졌으니, 아기 몫의 일실수입과 위자료를 자신들이 물려받는다고 했습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항소심에서 같은 금액을 부모 자신의 위자료로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더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과실과 결과를 잇는 추정 판결요지 [1] · 이유 3 가 (2) (가)
법원은 2002다3822 판결의 추정 법리를 먼저 놓았습니다. 진료 과정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환자 쪽 사정을 감안해, 상식 수준의 과실 행위와 진료 아닌 다른 원인이 개입할 수 없었음을 환자 쪽이 입증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의료진 쪽은 결과가 진료와 무관한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증명으로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만 1기의 푸싱과 기준을 넘은 흡입분만 이유 3 가 (2) (나)
- 분만대로 옮길 때 산모는 자궁경부가 6~7cm 열린 분만 1기였습니다. 이 단계의 처치는 내진, 활력징후 측정, 수액, 태아 심박동 청진 같은 것이고, 푸싱과 흡입분만은 보통 분만 2기에 하는 일로 보았습니다. 빠른 분만이 필요한 특별한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배를 눌러 분만을 서둘렀다는 판단입니다.
- 산모에게 직장 점막까지 닿는 4도 회음부 열상과 질 열상을 입게 하고, 태아 머리에 흡입기로 생긴 것으로 판단되는 여러 상처와 넓은 출혈, 두개골이 겹친 흔적을 남긴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을 넘은 흡입분만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분만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산모 · 태아에게 특이 소견이 없었고, 분만대로 옮기기 전에는 위험한 징후가 없었으며, 아기는 분만 중 저산소증으로 태아곤란증에 빠진 뒤 숨진 채 나왔다는 사정을 더했습니다. 다른 요인을 짐작하게 할 사정이 없는 이상, 분만 과정의 과실로 아기가 숨졌다고 추정했습니다. 산모의 열상은 무리한 흡입분만에서 생겼다고 보았습니다.
제왕절개 대신 흡입분만을 고른 판단 판결요지 [2] · 이유 3 가 (2) (다)
법원은 94다13046 판결로 진료방법 선택의 재량을 확인했습니다. 몇 갈래 조치가 가능할 때 의사는 환자 상태와 당대 의료 수준, 자신의 경험에 맞춰 그중 하나를 택할 수 있고, 그 택함이 합리성의 테두리 안에 있으면 결과를 보고 다른 길만 옳았다며 과실로 삼지 않는다는 법리입니다.
자궁이 다 열린 뒤 태아 심박동이 분당 60~70회로 떨어지자 전문의는 태아곤란증으로 판단했고, 제왕절개를 준비하기보다 질식분만이 빠르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조치로 나아질 여지가 없는 태아곤란증이라면 제일 빠른 방법으로 곧바로 분만해야 하고, 질식분만이 더 빠르다고 판단되면 그 길을 고를 수 있다는 의학 사정을 법원은 함께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궁이 다 열린 뒤 질식분만이 더 빠르다고 보고 흡입분만으로 간 선택은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분만 중 숨진 태아의 권리능력 판결요지 [3] · 이유 3 나 (1)
민법 제3조는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정합니다. 법원은 출생이 한순간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어서, 어느 단계를 출생으로 볼지는 의학이 아니라 민법의 권리능력 취지에 따라 법의 눈으로 정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권리능력은 언제 생기는지가 무엇보다 뚜렷해야 합니다. 법원은 출생의 완료를 기준으로 삼는 외국 입법례, 사산한 태아에게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예를 찾기 어려운 점, 전부노출설이 그 때를 비교적 분명히 정할 수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손해배상 청구나 상속처럼 특별 규정이 이미 태어난 것으로 보는 경우를 빼면, 태아가 모체에서 전부 나온 때를 출생으로 본다고 했습니다(76다1365 판결 참조). 전부 나왔더라도 그 전에 이미 숨졌다면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아기 몫의 배상을 물려받는다는 주장은 서지 못했습니다.
부모의 위자료에 아울러 헤아린 것 판결요지 [4] · 이유 3 나 (1) · (3)
다만 법원은 전부노출설만 따르면 이미 분만이 시작된 태아를 지킬 틈이 빈다는 부모 쪽의 지적을 받아들였습니다. 정상으로 자라 분만이 시작된 단계의 태아는 생명의 가치나 보호할 필요에서 출산을 마친 신생아 못지않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위자료를 정할 때 출산을 마친 직후 숨진 신생아의 손해에 대한 법적 평가액을 아울러 참작한다고 했습니다.
- 산모의 열상 치료비와 노동능력 상실은 증거가 없었고, 사산이라 장례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위자료에는 산모가 뒤에 다시 임신했지만 유산 · 조산의 위험과 골반 통증에 시달린 점, 아기가 40주를 다 채운 정상 체중으로 정상 분만이 기대됐던 점, 부부가 오래 아기를 기다려 온 점, 열상으로 치료 기간 고통이 컸던 점을 참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산모와 남편의 위자료가 1심보다 늘었고, 의사와 학교법인이 각자 지급하게 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위자료에 아울러 참작한 신생아의 몫이 얼마인지는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부모 두 사람의 위자료 액수 안에 함께 담겼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법원은 자궁경부가 얼마나 열렸는지를 잣대로 분만 처치의 때를 가늠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자궁이 다 열린 뒤 태아곤란증이 거의 확실할 때 제왕절개 준비보다 빠르다고 본 흡입분만을 고른 판단을, 법원은 진료방법 선택의 재량 안에 두었습니다.
분만 중 숨진 태아 몫의 배상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았고, 그 손해는 부모의 위자료를 정할 때 헤아려졌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분만대에 오르기 전까지 산모 · 태아에게 이상이 없었다는 사정이, 분만 과정의 과실로 아기가 숨졌다는 추정을 받쳤습니다.
아기가 모체에서 전부 나오기 전에 숨졌다면 아기 자신의 배상을 물려받는 길은 열리지 않았지만, 부모의 위자료에 그 손해가 함께 반영됐습니다.
손해 산정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07. 3. 15. 선고 2006나5683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