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경과관찰 · 전원

분만 중 뇌손상 추정, 태변과 태아 심박 저하 뒤 뇌성마비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분만 뒤 아기에게 뇌성마비 진단이 나왔다면, 분만 중 어떤 신호가 있었고 그 뒤 몇 시간을 어떻게 지켜봤는지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이 사건에서 양막이 터져 입원한 산모의 양수엔 이미 태변이 섞였고, 저녁에 떨어진 태아 심박은 산소를 준 뒤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여덟 시간쯤 뒤 새벽에 태어난 아기는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고, 대법원은 분만 중 뇌손상 추정과 분만담당의사의 과실을 본 원심의 결론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5. 10. 28.
사건
2004다13045 · 민사
결론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들은 아기와 그 가족이고, 피고는 분만한 병원을 둔 학교법인입니다. 산모는 29세 초산부로, 산전진찰에서 태아의 뇌성마비를 의심할 만한 증세는 없었습니다.

원심이 인정한 흐름은 여섯 단계입니다.

  • 1994년 12월 1일 임신 40주 5일에 양막이 터져 17시 30분 무렵 입원했고, 양수에는 태변이 착색돼 있었습니다.
  • 그 뒤 19시 25분 무렵 전자태아감시장치에서 태아 심박이 분당 80회로 떨어지며 만기태아 심박동감소와 태아곤란증 소견이 나왔습니다. 분만담당의사가 산모에게 산소를 주자 20시 30분 무렵 나아져, 산소를 멈춘 것입니다.
  • 가벼운 빈맥이 이어졌지만 자궁경관이 다 열리지 않아 바로 질식분만을 할 수 없었고, 의사는 21시 10분 무렵 질식분만과 함께 제왕절개 수술에도 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아기는 다음 날 3시 42분 무렵 질식분만으로 태어났고, 태변이 진하게 착색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아로서의 처치만 받고 3시 56분 무렵 신생아실로 넘겨진 것입니다.
  • 신생아실에서 기관삽관으로 태변을 흡인하고 산소를 주다 낮에 멈췄는데, 18시 10분 무렵 입술에 청색증이 나타나자 태변흡입증후군으로 판단해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 아기는 12월 15일 퇴원했지만 빠는 힘이 약하고 목을 가누기 어려웠고, 1995년 5월 대학병원에서 태변흡입증후군(의증)과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성마비로 진단된 것입니다.

원심은 양막이 터진 채 11시간 넘게 자궁 안에 있으며 생긴 태아저산소증이나 출생 뒤 나아지지 않은 심한 태변흡입증후군이 뇌손상을 불렀다고 추정했습니다.

과실로 원심이 본 것은 둘입니다. 하나는 대비 지시 뒤에도 전문의나 마취과에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고, 태아감시장치로 태아 상태를 꼼꼼히 지켜보지 않은 채 몇 시간 질식분만을 기다린 점이고, 다른 하나는 태변이 진하게 묻은 채 태어난 아기를 필요한 응급처치 없이 신생아실로 넘긴 점입니다.

그러자 피고가 상고했고, 원고들도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뇌성마비와 추정 판결요지 [1] · 이유 1 가

대법원은 뇌성마비는 대부분 원인을 밝혀내기 어렵고, 분만 중의 원인은 6~8%에 불과하다는 점을 먼저 놓았습니다.

그렇더라도 분만 도중 생긴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을 나타내는 간접사실들이 인정되는 반면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다른 요인을 미루어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면, 뇌성마비가 분만 중 뇌손상으로 생겼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이 사건에서 판단했습니다.

잣대는 그때의 의학상식 판결요지 [2] · 이유 1 나

주의의 높이를 정하는 잣대는, 당시 보통의 의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인정되던 의학상식입니다. 진료 여건 · 환경과 그 의료행위만의 특수성을 따져 규범의 눈으로 정한다는 법리도 되풀이했습니다(2000다20755 판결 등 참조).

태아곤란이 의심될 때 판결요지 [3] · 이유 1 나

대법원은 먼저 제왕절개술은 분만이 늦어지면 태아나 산모에게 심각한 손상이 생기거나 질식분만이 안전하게 진행되리라 기대하기 어려울 때 하는 것으로, 할지는 분만담당의사가 정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궁이 수축한 뒤 늦게 심박이 떨어지는 등(만기태아 심박동감소) 태아곤란을 의심할 상황이 생기면, 분만담당의사가 지는 주의의무는 아래와 같다고 했습니다. 1994년 분만을 두고 그 무렵 의료수준으로 적은 목록입니다.

  • 즉시 산모에게 산소공급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태아의 상태가 나아지는지 관찰합니다.
  •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응급제왕절개술 등으로 일찍 태아를 꺼낼 수 있게 적절히 대처합니다.
  • 한때 나아졌더라도 태아 심박에 이상이 있는지 등을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해, 생길 수 있는 이상에 대처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 태어난 아기에게 태변착색 등으로 태변흡입증후군이 의심되면 신속히 태변을 흡인해 없애고 산소를 공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이유 1 · 2

따라서 원심의 증거 판단과 사실인정, 결론은 앞의 법리와 기록에 맞는다며, 대법원은 분만 방법의 선택과 분만 중 · 직후 처치의 과실을 다툰 피고의 상고를 물리쳤습니다.

한편 원고들은 상고이유서를 내지 않았고 상고장에도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아, 원고들의 상고도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배상액이나 책임 제한 비율은 이 판결에서 다루지 않은 대목입니다.
  • 또 몇 시에 제왕절개를 했어야 했는지, 대법원이 따로 시각을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 다만 양수의 태변착색만으로는 태아곤란을 예견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의학계에 있다는 점은 원심도 적었고, 대법원은 그 견해를 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판결의 눈길은 나쁜 결과보다, 태변과 심박 저하라는 신호가 나온 뒤 몇 시간의 관찰과 대비를 향합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제왕절개를 할지는 분만담당의사가 정한다는 점을 먼저 놓고, 그 결정 앞뒤의 관찰 의무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원심이 과실로 본 것은 산소 공급으로 나아진 뒤의 몇 시간과, 태어난 직후의 처치였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뇌성마비라도, 분만 중 뇌손상을 가리키는 간접사실이 있고 다른 요인이 보이지 않으면 추정이 설 수 있습니다.

선천적 · 후천적인 다른 요인을 미루어 인정할 사정이 있다면, 이 사건 같은 추정은 서기 어렵습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경과관찰 · 전원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