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과실 판단 기준

항응고 수치의 재량 · 퇴원 때 지도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항응고제를 쓰는 환자의 진료와 퇴원 설명을 두고 다투신다면, 이 판결이 두 물음에 서로 다른 답을 냈다는 점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항응고제 수치를 어느 범위로 지킬지는 의사가 고를 재량이었지만, 퇴원할 때 위험 신호를 말로 알리는 일은 따로 지켜야 할 의무였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0. 7. 22.
사건
2007다70445 · 민사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들에게 배상을 명한 부분을 모두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피고들 상고)

무엇을 다퉜나

기계판막으로 승모판막을 바꾸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한 달쯤 뒤 숨진 사건입니다. 환자는 좌심방이 크고 심방세동이 있었는데, 수술 직후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재수술까지 받았습니다.

  • 판막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쓴 약은 항응고제(와파린)입니다. 이때 약의 양은 INR이라는 수치를 재며 맞췄습니다. INR은 피가 굳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국제 표준으로 나타낸 수치로, 오르면 그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입니다.
  • 퇴원 뒤 어느 저녁, 환자는 숨이 차는 등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수술 뒤 가슴 통증이 올 수 있다고 했다며, 괜찮아질 것이라 여겨 곧바로 병원을 찾지 않은 것입니다.
  • 두 시간 반쯤 뒤 숨이 더 차고 가슴이 몹시 두근거려 구급대를 불렀고, 기다리는 사이 의식을 잃었습니다.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소생하지 못했습니다.

원심이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한 갈래는 둘입니다. INR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해 판막에 혈전이 생기게 했다는 것, 그리고 퇴원할 때 지도 · 설명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피고들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그때의 의료 수준이 잣대, 그 안의 선택은 재량입니다 판시사항 [1] · 이유 1 가

의사는 환자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 지식에 따라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따져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때 그 기준은 진료 당시 임상의학이 실천하던 의료 수준입니다.

또 어떤 진료 방법을 택할지는 환자의 상황, 그 의료 수준, 의사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의사가 고를 몫이 상당히 넓습니다. 택한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 안이라면, 결과가 나온 뒤에 한 가지 방법만 옳았다며 다른 조치를 과실로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수치 범위도 그 재량 안이었습니다 이유 1 다 · 라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서 이런 사정을 짚었습니다.

  • 와파린은 효과가 강하지만 인종, 환자 상태, 수술 부위, 같이 쓰는 약, 음식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큽니다. 치료 범위 안에서는 INR이 오를수록 혈전 위험이 줄지만, 그 위쪽 끝을 넘어 오르면 혈전을 막는 효과는 아주 적고 출혈 위험만 높아집니다.
  • 이런 환자에게 외국에서는 더 높은 범위를 지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래쪽 한계에 관한 논의가 정립되지 않았고 외국보다 낮게 두려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었습니다.
  • 판막 수술 뒤 여섯 달은 항응고 치료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때라, 비교적 적은 양에서 시작해 맞춰 갑니다. 이 환자는 수술한 지 한 달째입니다.
  • 게다가 지혈이 되지 않아 재수술했고 커진 좌심방에 심방주름술도 함께 해, 가슴 안에 생긴 공간 때문에 INR이 오르면 출혈 위험이 높았습니다.
  • 퇴원 전에는 날마다 INR을 재며 약 양을 조절했고, 퇴원 뒤에는 1주, 그다음 2주 간격으로 재기로 했습니다. 외래 검사 주기에 관한 의학 보고는 없지만, 1주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이를 보면 그 무렵 임상에서 실천하던 수준으로는, 좌심방이 크고 심방세동이 있었더라도 이 환자의 INR을 특정한 값 이상으로 지켜야 했다고 못 박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즉 의사는 병력, 수술 부위와 내용, 몸 상태, 혈전과 출혈의 가능성, 약에 대한 반응, 수치가 안정되는지를 함께 보고 유지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지켜 온 범위는 합리적인 재량 밖이라고 보기 어렵고, 검사 주기도 그 무렵 의료 수준에 비추어 적정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INR을 낮게 유지한 과실을 인정한 원심에는 과실 인정과 인과관계 증명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습니다.

퇴원한 뒤의 위험도 알려야 합니다 판시사항 [2] · 이유 2 가

의사가 다할 주의는 수술 같은 침습행위가 끝난 뒤에도 이어집니다. 환자가 의사의 손이 닿지 않는 일상에서 내다볼 수 있는 위험을 피하도록, 요양하는 방법이나 건강을 돌보는 데 필요한 것을 지도 · 설명하는 데까지 이릅니다(의료법 제24조 참조).

수술의 결과로, 또는 그 뒤 요양하는 동안 후유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알려야 합니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요양 방법, 후유 질환의 증상, 악화를 막거나 치료받는 방법을 나이 · 교육 정도 · 몸과 마음의 상태에 맞춰,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설명하고 지도할 의무입니다.

또 이 지도 · 설명은 그 목적과 내용으로 보아 진료 행위의 본질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를 어긴 것과 결과가 상당인과관계로 이어지면, 그 생명 · 신체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유 2 나 · 다

먼저 원심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 퇴원 무렵 의사는 수술 뒤 몇 달은 상처가 아플 수 있고, 좋아지다가 다시 아플 수도 있다고만 했습니다. 다만 수술 부위가 아픈 것과 심장이 아픈 것을 구분해 주의사항을 말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 건넨 안내서에 자세히 적힌 것은 약의 부작용과 위험, 약효에 영향을 주는 음식, 복용할 때 주의할 점, 곧바로 의사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말로 설명한 적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약의 효과, INR을 일정하게 지켜야 하는 까닭, 부작용과 위험을 분명히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가슴 통증처럼 안내서에 적힌 상황이 오면 그 위험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응급실로 갈 수 있게 하라는 것입니다. 안내서를 건네는 것만으로 이 지도 · 설명을 갈음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피고들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환자가 가슴 통증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두 시간 반쯤 지체했고 알맞은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도 · 설명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가동기간은 원심 판단 그대로입니다 이유 3

수술 뒤 심장 기능 수치를 보아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일반인과 같이 보되, 그 수치가 낮은 상태였던 점을 책임 제한 사유로 참작한 원심 판단도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수치 범위를 과실로 본 대목이 잘못이어서, 원심판결 중 피고들에게 배상을 명한 부분을 모두 깨고 다시 심리하게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먼저 정하지 않은 것은 사망 원인입니다. 원심은 혈전 때문이라고 추정했지만, 대법원이 잘못으로 짚은 것은 수치를 낮게 지킨 것을 과실로 본 대목이었습니다.
  • 또 이 환자에게 맞는 INR 값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지켜 온 범위가 재량 밖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을 뿐입니다.
  • 또한 배상할 범위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도 · 설명의무 위반 판단은 받아들였지만, 다시 심리하게 한 것은 피고들에게 배상을 명한 부분 전부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수치를 어디에 둘지는 병력과 출혈 위험을 아는 의사가 고를 몫이었고, 그 수치가 왜 중요하고 어떤 증상이 위험한지를 환자가 알아듣게 말로 전하는 일은 따로 지켜야 할 몫이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특히 유지 범위의 재량은 병력, 출혈 위험, 약에 대한 반응, 수치의 안정 같은 사정을 함께 본 데서 섰습니다.

또 퇴원 무렵 설명에서 판결이 본 것은 수술 부위 통증과 심장 통증을 구분해 일러 주었는가, 안내서 내용을 말로 풀어 주었는가였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치가 외국 보고보다 낮았다는 사정은 과실의 근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퇴원할 때 들은 말과 받은 안내서가 판결이 본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증상이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지 물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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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