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진료비

응급실에 실려 온 낯선 환자의 치료비를 연대보증한 병원 의사, 대법원은 입원서약서 문면대로 전액을 묻는 것은 신의칙상 심히 부당하다며 보증책임을 제한하라고 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추석 연휴 버스가 다리 아래로 떨어져, 혼수상태의 두 사람이 한 대학 부속병원 응급실로 함께 이송된 사건입니다. 한 사람 가족의 부탁으로 보증을 서던 의사는 모르는 다른 한 사람의 치료비까지 연대보증했고, 대법원은 전액을 묻는 것이 신의칙상 심히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니 서류 문면만이 아니라 보증하게 된 경위가 책임의 범위를 가른다는 점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2. 9. 22.
사건
92다17334 · 민사
결론
파기환송(보증한 의사 상고 · 병원 쪽 패)

무엇을 다퉜나

1987년 10월 두 사람은 바로 응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추석이라 길이 막혀서, 멀리 사는 가족들은 병원에 빨리 내려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승자 쪽 가족이 그 대학 교수의 아들을 통해 병원 의사에게 보증을 부탁한 것입니다. 의사는 동승자의 치료비를 연대보증하면서,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운전자의 치료비도 함께 연대보증했습니다.

이때 병원은 운전자에게 입원보증금도 받지 않은 채 의사의 보증만으로 수술했고, 뒤에 운전자 가족이 왔을 때도 따로 보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운전자는 103일 입원한 뒤 치료비 약 1,199만 원을 내지 않고 병원을 떠났고, 그때까지 병원 쪽에서 치료비를 확보하거나 떠나는 것을 막는 조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병원을 세운 학교법인이 의사에게 보증채무를 구했고, 원심은 보증 경위를 참작해 달라는 의사 주장을 물리치고 치료비 전액의 보증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입원서약서의 문면 이유 둘째 문단

먼저 입원서약서는 문면으로 보면, 한도 없이 장래의 불확정한 기간 동안 계속 생기는 치료비를 모두 보증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대법원 역시 문면만 보면 그렇게 읽힌다고 인정했습니다.

보증하게 된 경위 판결요지 · 이유 셋째 문단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스스로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다르게 볼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의사가 병원에 재직한다는 사정 때문에 보증을 서게 됐고, 위독한데 보증인도 없는 환자에게 우선 응급치료를 받게 하려 한 것이었다는 판단입니다.

즉 뒤에 가족이 오면 보증인을 바꾸게 할 뜻으로 보증했고, 병원도 그 뜻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문면이 치료비 전액 보증이어도, 이런 경위로 보증한 사람에게 전액 책임을 묻는 것은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신의칙상 심히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보증책임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제한하는 방법으로는, 가족이 병원에 찾아왔을 때까지의 치료비로 보증책임을 한정하는 것을 예로 든 것입니다.

그런데 원심이 이 점을 더 살피지 않은 것은 장래의 계속적 보증에서 보증인이 질 책임의 범위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 보고, 대법원은 보증책임의 범위를 원심이 새로 따지도록 파기환송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대법원은 가족이 온 때까지의 치료비를 예로 들었을 뿐, 보증책임을 얼마로 줄일지는 원심이 더 심리해 정할 몫으로 남긴 것입니다.
  • 또 1992년 판결이라, 보증 방식과 근보증을 정하려고 뒤에 민법에 들어온 제428조의2와 제428조의3은 판단에 나오지 않습니다.
  • 다툼은 보증인이 치료비를 어디까지 대신 내야 하느냐였고, 병원 진료에 탈이 있었는지는 보증 소송에서 묻지도 답하지도 않은 대목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대법원은 서류에 적힌 보증 범위만 보지 않고, 누가 왜 보증을 섰는지와 병원이 그 뜻을 알았는지까지 함께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병원 의사가 자신과 아무 관계 없는 위급한 환자의 응급수술을 위해 서 준 보증에 대해, 입원서약서 문면대로 치료비 전액을 묻는 것을 신의칙상 심히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판결은 병원이 입원보증금 없이 의사 보증만으로 수술하고, 가족이 온 뒤 추가로 보증을 요구하지 않은 사정을 보증 경위와 함께 짚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은 치료비를 보증한 사람의 책임이 서류 문면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보증하게 된 경위와 병원이 그 뜻을 알았는지에 따라 신의칙상 줄어들 수 있다는 쪽에 섰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위독한 환자가 보증인 없이도 먼저 응급치료를 받게 하려던 보증의 뜻을, 책임 범위를 정하는 데 무겁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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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1733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