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광주고등법원
- 선고
- 2003. 1. 8.
- 사건
- 2001나3848 · 민사
- 결론
- 1심판결 중 원고들이 진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 넷이 각자 지급하게 함 ·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
무엇을 다퉜나
숨진 산모의 남편과 자녀 넷이 원고가 되어, 수술과 마취를 맡은 수련의 둘과 그 병원의 산부인과 · 마취과 과장 둘을 피고로 세웠습니다. 이때 수련의 둘은 다른 대학병원 소속으로, 두 달 동안 이 병원에 파견돼 일하던 의사들입니다.
산모는 산기가 있어서 이 병원에 왔는데, 산부인과 수련의는 이 병원에서 산전진찰을 받지 않았으니 늘 다니던 산부인과병원에서 수술받는 편이 낫겠다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자궁경관이 이미 열려 분만이 꽤 진행된 데다 남편도 이 병원에서 수술받기를 원해서,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게다가 앞선 분만에서 태아곤란증으로 제왕절개를 받은 적도 있어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또 수술 전에 받은 혈액 · 소변 · 흉부 엑스선 · 심전도 검사에는 이상이 없었고, 눈에 띄는 과거 병력이나 체질 이상도 없었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그 뒤의 경과를 옮겨 봅니다.
- 수술을 마친 뒤 마취과 수련의는 눈을 떠 보라고 했고, 산모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거나 일어나 앉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런 반응만으로는 의식이 다 돌아왔다고 단정할 근거가 못 된다고 했습니다. 또한 의식 회복을 따로 확인한 사실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 산모는 회복실로 옮겨졌지만 마취 회복과 수술 뒤 상태를 제대로 관찰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30분쯤 지나 의식을 잃고 피부가 푸르게 변했으며, 맥은 약하고 혈압도 잡히지 않는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 곁에 있던 남편이 숨이 가쁘고 맥이 빠른 것을 보고 병원에 알리자, 당직의사와 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 심장은 다시 뛰었고 잠시 자발호흡도 돌아왔지만 의식을 되찾지는 못했고, 결국 다음 날 새벽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약 3주 뒤 숨졌습니다. 부검 결과가 꼽은 첫째 사인은 폐혈전색전증입니다.
1심이 청구를 모두 물리치자, 원고들은 1심판결의 취소를 구하며 항소했습니다. 반면 피고들은 수술 과정의 조치가 적절했고, 불가항력으로 온몸에 저산소증이 생긴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이 본 것
법원이 적은 폐혈전색전증 이유 1 라
먼저 판결은 이 병의 의학 지식부터 적었습니다. 심부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혈압 저하와 빈맥, 청색증을 부를 수 있고, 수술을 받은 사람과 임신부가 위험이 높은 무리로 꼽힙니다.
의심할 첫 증상으로는 가슴 답답함, 숨참, 빠른 호흡, 뚜렷한 불안을 들었습니다. 의심되면 폐동맥조영술이나 폐관류검사로 먼저 가려내고, 판명되면 산소 · 항응고제 · 혈전용해제나 색전제거술로 치료한다고 했습니다. 또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예후가 좋다는 것입니다.
수술 결정과 마취 · 수술 과정 이유 2 가 (3)
원고들은 자연분만을 고려하지 않고 출혈이 많은 제왕절개를 받게 했고, 옥시토신을 쓰지 않아 출혈을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수련의들이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생각해 이 병원에서 수술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리고, 수술 전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해 수술을 막을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수술 결정, 마취, 수술의 어느 과정에도 의료상 과실을 묻지 않은 것입니다.
옥시토신 주장도 물리쳤는데, 오히려 태아가 몸 밖으로 나오자 곧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을 주사한 사실이 증거로 인정됐습니다.
깨어나는 동안 지켜볼 의무 판결요지 [1] · 이유 2 가 (2) ①
법원은 마취에서 깨는 환자도 의식을 되찾기 전에는 호흡이 정지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니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주위에서 관찰하거나, 환자를 떠날 때는 맡을 간호사를 특정해 상태를 계속 주시하게 하고 이상이 생기면 곧 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수련의들은 회복실로 온 산모의 회복 정도와 수술 뒤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고, 그 사이 산모는 호흡곤란과 빈맥, 청색증이 나타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판결의 설명입니다.
원인을 가려내지 못한 대목 이유 2 가 (2) ② ③
심폐소생술 뒤 잠시 돌아온 자발호흡을 두고 법원은 혈액가스검사 수치의 흐름을 보았습니다. 폐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서가 아니라, 호흡곤란이 이어지며 과환기 상태로 빠져드는 중에 나온 숨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런데도 진단 과정에서 마취 회복 중 보인 특이한 행동과 혈압 · 호흡 수치를 지나쳤고, 혈액가스검사 결과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흉부방사선이나 폐스캔처럼 진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검사도 없었다고 봅니다.
이때 법원은 98다50586 판결을 참조했습니다. 이 병이 드물고 미리 진단하거나 막기 쉽지 않아 치사율이 높더라도, 발병이나 그 가능성을 신속히 감지하지 못해 진단과 응급치료의 시기를 놓쳤다면 의료상 과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심폐정지의 원인을 빨리 밝혔다면 적절한 치료가 가능했는데, 원인 진단을 그르쳐 폐혈전색전증 치료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누가 함께 책임을 지나 판결요지 [1] · 이유 1 마 · 2 가 (2) ④
법원은 전공의의 수련과 파견을 정한 의료법 · 수련 규정을 살폈습니다. 두 과장은 각 수련의의 지도를 맡은 의사로, 파견 기간에 그 과의 진료 · 처치 · 수술 같은 수련 업무를 지도하고 감독할 자리에 있던 셈입니다.
그래서 수련의 둘은 직접 책임을, 두 과장은 수련의들을 지휘 · 감독할 사용자로서 그들의 업무 중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습니다. 즉 넷이 함께 지는 공동불법행위책임입니다.
책임을 70%로 판결요지 [2] · 이유 2 나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환자 쪽 체질 · 병의 위험도가 함께 작용했다면, 환자 쪽 잘못이 아니어도 공평에 비추어 그 몫을 헤아릴 수 있다는 법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왕절개라는 수술이 원래 지닌 위험과, 발병이 급히 진행돼 의사들이 내다보거나 막기 어려웠던 사정 등을 모아 환자 쪽 요인을 30%로 보고, 의사들이 질 책임은 70%로 정했습니다.
결국 1심판결 가운데 이 범위에서 원고들이 진 부분을 취소해 피고들이 각자 지급하게 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피고 넷 사이에서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는 가르지 않았습니다. 넷이 각자 같은 금액을 지급하라는 데까지입니다.
- 여기 옮긴 것은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의 판단입니다. 다만 상고심 판결의 이유는 공개 화면에 없어서 이 해설에 담지 못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같은 수술 안에서도 판단이 갈린 것입니다. 수술을 정하고 마취해 수술한 과정의 과실은 서지 않았고, 책임은 수술이 끝난 뒤 깨어나는 동안의 관찰과 원인 진단에서 나왔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수술 전 검사를 빠짐없이 한 점과 옥시토신을 준 기록을 근거로, 수술 결정 · 마취 · 수술 과정에서 과실을 보지 않았습니다.
또 발병이 갑작스러워 내다보거나 막기 어려웠던 사정을 들어, 법원은 의사들이 질 몫에서 30%를 덜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술을 정하고 집도한 과정의 잘못은 따로 증명돼야 했고, 이 사건에서는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책임이 선 회복실 관찰과 진단의 대목에서도, 수술 자체의 위험과 급한 발병이 참작돼 배상은 70% 범위로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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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광주고등법원 2003. 1. 8. 선고 2001나384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